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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돈도 없고 짝사랑하고… 지질한 로맨티시스트의 발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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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saturday's pick]

콘서트 | 십센치

인디밴드 10cm(십센치·사진)는 '지질한 로맨티시스트'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가장 유명한 곡 '아메리카노'에선 '사글세 내고 돈 없을 때 밥 대신에' '여자친구와 싸운 뒤에'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노래했다. 봄에 데이트하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봄이 그렇게 좋냐'며 '왜 나는 (연인이) 안 생기는데?, (커플들) 다 망해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연인에게 '안아줘요'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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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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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발매한 신곡 '방에 모기가 있어'에서도 이 변변치 않은 감성은 이어진다. '그 머릿속에 지금 누가 있어, 그게 나일 수 있는 방법은 없어'라며 짝사랑하는 마음을 낱낱이 표현했다. 여기에 축축하면서도 발랄한 보컬 권정열의 목소리도 그 강도를 한층 더한다. 이 '지질함'이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에 한 번도 출연하지 않고 노래만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된 십센치만의 이유이기도 하다.

끈적한 음색으로 진한 아메리카노에 취하게 만들었던 십센치가 소극장으로 돌아온다. 18일까지 소극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콘서트의 특별한 점은 관객들이 직접 듣고 싶은 노래를 고를 수 있다는 것. 십센치는 투표를 통해 자신의 노래 73곡 중 많은 추천을 받은 노래 순서대로 스무 곡을 골라 콘서트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콘서트 제목도 '1020', 10센치가 부르는 20곡이란 의미다. 십센치 측은 "다른 콘서트에서 불렀던 곡들보다는 조금 덜 유명한 십센치의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7일 오후 7시, 18일 오후 6시, 서울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

국악 | 토요명품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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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문종 팔관회(1073년)에서 처음 선보인 궁중춤이 있다. ‘포구락(抛毬樂)’이다. 무용수들이 포구문을 중심으로 두 편으로 갈려 춤을 추다가 문 위에 뚫린 구멍인 풍류안에 나무공을 던져 승부를 가린다. 풍류안에 넣으면 꽃을 받고, 넣지 못하면 얼굴에 먹점을 찍는다. 흥미진진한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는 듯한 재미를 주는 이 춤이 오는 17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꽃핀다. 외국 관객들한테도 인기가 높은 ‘토요 명품 공연’의 첫 순서다. ‘한국의 악가무’라는 큰 주제 아래 화려하고 웅장한 평조회상 중 ‘상령산’, 연주자의 뛰어난 기량을 맛볼 수 있는 가야금산조, 남자 가객들이 부르는 가사 ‘죽지사’, 강강술래와 판굿 등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 | 시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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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앞에선 티끌만 한 여드름도 부끄러운 법이다. 그런데 누구나 깜짝 놀랄 만큼 크고 볼품없는 코를 지녔다면? 10일 서울 광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라노’는 뛰어난 지혜와 힘을 지녔지만 흉측한 코가 콤플렉스인 남자 시라노의 서글픈 사랑을 그린다. 시라노는 록산을 남몰래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부하인 크리스티앙을 더 좋아하는 록산. 크리스티앙도 록산을 좋아하지만, 그의 약점은 부족한 언변이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위해 연애편지를 대신 쓴다. 꾹꾹 눌러 쓴 마음이 모두를 울린다. 류정한·이규형·박지연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와 ‘지금 이 순간’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눈과 귀를 파고든다. 10월 13일까지.

영화 | 봉오동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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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선명하다. 14일까지 267만명을 모은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는 최근 유행 표현을 빌리면 선악(善惡) 구도로 명징하게 직조한 영화다. 전반부가 일본군이 우리 양민을 잔혹하게 사살하고 독립군을 끔찍하게 능멸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면, 후반부에선 당한 만큼 갚아주는 데 주력한다. 독립군 연합 부대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일본군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면서 역전극이 펼쳐진다. 유해진·류준열·조우진의 호연과 일본인 배우들의 강렬한 악역 연기, 숨 가쁜 교차 편집과 음향 효과가 거듭 분노가 끓고 카타르시스에 젖도록 유도한다. 그 선동적 방식이 아쉽지만, 그 덕에 또한 대중적 폭발력을 가짐을 부인할 순 없다.

넷플릭스 | 마인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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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데이비드 핀처가 총연출을 맡은 드라마 ‘마인드헌터’는 이 경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작품이다. 배경은 1977년의 미국. FBI 행동과학부 소속 요원들이 범죄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흥미로운 작업을 시작한다. 잔혹한 연쇄살인범들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범죄자들의 내면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려고 한 것, 즉 ‘프로파일링’ 기법 발명에 뛰어든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 섬뜩하다. 열대야에 추천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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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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