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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내 안의 혐오를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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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지음|문학동네356쪽|1만4500원

소설은 "나는 마음이 작다"는 한 엄마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촛불 집회에 나가고 싶지만 집에서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는 엄마들은 '작은마음동호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한 권의 책을 만들기로 한다.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 현장을 보고 '그래도 하루에 열두 시간만 근무하면 끝이구나' 같은 생각을 했다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우리의 적은 반찬이다, 빨래다'라고 외치고 싶지만 비웃음을 살까 봐 포기하는 작은 마음들이 모인다.

표제작인 '작은마음동호회'를 비롯해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윤이형의 11편의 단편을 묶었다. 같은 여성끼리 한 편에 서지 못하는 순간, 숨겨왔던 내 안의 혐오와 편견을 발견하는 괴로운 순간을 파고든다.

'피클'의 주인공 선우는 직장 내 성폭력을 폭로한 후배 유정을 의심하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유정이 상사와 불륜 관계였고 망상이 심하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그의 말을 믿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선우는 피해자의 편에 서기 위해서 꼭 '객관적인 진실'을 가려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아이를 갖는 문제로 다투는 레즈비언 커플(승혜와 미오)이나 자궁을 떼어 내고 싶어하는 딸과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마흔셋)처럼 각자의 고통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담겼다. 외계의 존재에 납치당하는 남자들이나 여성 로봇들의 반란처럼 소수자의 편에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읽는 내내 작은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가 그럼에도 선한 마음을 지키려는 이들에게 고마워진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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