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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백영옥의 말과 글] [112] 그때 읽었더라면 좋았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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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그때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며칠 전 ‘하버드 불면증 수업’을 읽다가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프로듀서가 내게 하던 말이 떠올랐다. 잠이 안 와도 자신은 눈을 감고 무조건 침대에 누워 있어야 그나마 더 자게 된다는 말이었다. 그녀의 이론이 실은 불면증을 더 악화시킨다는 걸 책을 읽다가 알았다. 책에 의하면 불면증은 생각과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학습된 질병이다.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노력할수록 침대가 오히려 불면과 각성을 의미하는 학습된 신호가 되는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때는 그냥 침대 밖으로 나가야 한다.

휴가 중 읽었던 '최강의 인생'도 그랬다. 거절당하는 것이 유독 무섭다는 친구의 말에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아 장'이라는 아티스트의 얘길 그에게 해주었을 것이다. 미국에서 사는 '지아 장'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100일 동안 낯선 사람에게 이상한 부탁을 하고 거절당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햄버거집에 가서 버거를 리필해줄 수 있냐고 묻거나 낯선 사람에게 버스 정류장까지 함께 걸어가 달라는 식이었다. 그의 목표는 거절을 많이 당하고 그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었기 때문에 부탁은 황당했고, 실제 거절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의외의 진실이었다. 뜻밖에도 그에게 긍정적인 답을 해주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크리스피 도넛에 들어간 그는 가게 점원에게 도넛을 연결해 올림픽 상징처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가게 책임자가 가능하다고 말하더니 하나를 완성해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순간 장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두 명에게 책 표지를 찍어 보냈다.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서 읽은 의사의 말도 동봉했다. “섬유질을 챙겨드세요. 나이가 들수록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하는 것이 내가 됩니다.” 이건 내게 하고 싶은 말이다.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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