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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등교 파업 주도한 '16세 환경 소녀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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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에 세계 청소년·환경운동가들 열광

유엔 기후 정상회의 참가하려고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 항해중

전 세계를 누비며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하라"고 설파하고 있는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16)가 서구 정치의 '환경주의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보스 포럼, UN 정상회의 등에서 당돌하게 "기후변화는 어른들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이 10대 소녀에게 서구권 좌파 환경주의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기성 정치권과 손을 잡고 진보 진영의 얼굴마담이 되고 있는 툰베리에게 "꼭두각시"라는 비판도 따른다.

언론에 소개된 툰베리의 삶의 행적은 신화(神話)적이다.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툰베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환경문제를 민감하게 느꼈다"고 회고한다. 8세 때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이 죽어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식음을 전폐한 툰베리는, 11세에 부모님을 설득해 채식주의로 전향시키고 15세에 환경운동을 결심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등교 거부를 결심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라"며 1인 시위를 시작해, 언론의 관심을 업고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툰베리의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자신의 딸이 비현실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에른만은 지난 5월 출간한 책에 "툰베리는 이산화탄소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아이"라며 "한 번만 보면 모든 것을 외우는 '사진 기억력'도 가지고 있다"고 썼다. 툰베리는 석유 연료가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해 비행기도 타지 않는다. 툰베리는 뉴욕에서 다음 달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14일부터 태양광 동력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고 있다.

툰베리의 영향력은 세계 청소년들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과 5월에는 각각 하루씩 전 세계 100여 국가에서 청소년 140만명이 툰베리를 따라 등교를 거부하는 행사를 가졌다. 전 세계 약 800개 도시에서 툰베리를 추종하는 수만명의 청소년들은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를 '툰베리 효과'라고 이름 붙였고,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올랐다.

청소년, 여성, 장애인이라는 세 가지 방패를 앞세운 툰베리 앞에 기존 우파 정치인들은 속수무책이다. 일부 극우 진영의 악담 수준 비난이 전부다. 프랑스 공화당 쥘리앵 오베르는 지난달 23일 트위터에 "(툰베리는) 지구가 망할 것이라는 공포를 이용한다"면서 "이 예언자는 노벨 평화상이 아니라 노벨 공포상을 수상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전선 조르당 바르델라는 "패배주의적 운명론자"라고 거들었고,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 스티브 밀로이는 트위터에 "무식한 10대 기후 꼭두각시"라고 표현했다.

툰베리는 서구 좌파 진영과 손을 잡고 점차 정치적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툰베리는 지난달 '안티파'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논란이 됐다. 안티파는 미국·유럽에서 각목 시위 등을 벌이는 급진 좌파 단체다. 툰베리는 해당 게시물에 '이젠 반역을 해야 할 때(Time to rebel)'라고 썼다.

미국 정치도 사정권이다. 10년 내 온실가스를 '제로(0)'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민주당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툰베리를 통해 기후 정의의 희망을 발견했다"며 툰베리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밝혀왔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뉴욕으로 항해 중인 툰베리가 도착하면 직접 맞을 계획이다. 미국 언론들은 항해 중인 툰베리의 상황을 매일 보도하고 있지만, 미국 보수 정치권은 후폭풍을 우려해 말을 아끼고 있다.

툰베리는 수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사람의 대장은 아니다"라며 자신을 지나치게 신격화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러나 '꼭두각시'라는 논란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툰베리는 지난 6월 가디언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 꼭두각시가 아니다"라면서 "청소년은 정치를 하면 왜 안 되냐"고 반문했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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