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의약품 등 전문지식 필요한 사건들 척척 "약사 경험 큰 도움"[화제의 법조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무법인 광장 헬스케어팀장 박금낭 변호사
어려운 용어 설명하고 설득하려 법정에 테니스 라켓 들고가기도
헬스케어산업 성장에 기여하고파


파이낸셜뉴스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한민국 3대 로펌 소속 변호사라 하면 떠오르는 일종의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소위 스카이(서울대·연대·고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합격한 남성 변호사가 대다수일 것이란 기대다.

이 중 하나만 빼고 전부 속하지 않는 '반전 매력'을 뽐내는 변호사가 있다.

서울대 약학대학 출신으로 한약조제사 자격과 약사자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의 헬스케어팀장인 박금낭 변호사(49·사법연수원 31기·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사법시험 제도가 사라지고 로스쿨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부터는 스카이 법대 출신 외에도 언론·의학·약?e·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으로 한 변호사들도 대형 로펌에 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박 변호사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건 로스쿨 제도가 생기기 전인 1999년이다.

■어릴적부터 꿈은 '법조인'

약대 출신으로 법조인이 되겠다는 특별한 결심을 한 계기에 대해 박 변호사는 '어릴적부터 간직해 온 꿈'이라고 운을 뗐다.

18일 기자와 만난 그는 "개인적으로 약물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약사를 하다가 사법시험을 보게 된 것"이라며 "약사를 하고 있는데도 법조인에 대한 이유 모를 끌림이 있었고, 어느 날 불현듯 사시공부에 대해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니 대부분이 놀랐는데 단짝 친구 한 명은 '언젠가 네가 그럴 줄 알았다'라면서, 고등학교 1학년때 이과를 지망하면서도 장래 희망에는 판사라고 썼었다고 하더라"고 회고했다.

약대에서 쌓은 지식과 약사의 경험은 변호사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돼 돌아왔다. 박 변호사는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오고 나서 헬스케어, 제약, 특허 분야를 맡게 됐는데 약물학 석사 과정에서 실험하고 논문을 쓴 것들이 굉장한 도움이 됐다"며 "실제로 백신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 이는 인체 병리, 해부, 면역학을 다 아우르는 지식이 필요했는데 이 까다로운 지식들을 습득하고 있다보니 사건 이해도나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유리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번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대법원에 테니스 라켓을 들고간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려운 지식을 재판장에서 어떻게 쉽게 알리고 설득시킬 수 있느냐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저귀 사건을 담당하던 때였는데 기저귀 내 부직포에 유체 투과성이 없다는 걸 설명해야 했다"며 "상대측에서 기저귀를 1000배 확대하면 구멍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통과가 안되느냐 공격할 때 테니스 라켓을 들고가 라켓에도 구멍이 있지만 테니스 공이 투과되지 못하는 점을 빗대어 설명해 대법관들을 이해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산업에 보탬되고 싶어"

특정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사건을 맡다보니 해당 산업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다.

박 변호사는 "무엇보다 의약품을 홀대하는 문화와 사고방식부터 탈피해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와 법에 안주하기 보다는 옳지 못하거나 낡은 것들은 변화시키려는 '챌린지'를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의약품 등 헬스케어산업에 대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갈 수록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커다란 산업이 성장 할 수 있다"라고 예상하면서 "이제는 복제만 할게 아니라 우리가 개발하고 보급하는 선진국 반열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실패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하이리턴에는 하이리스크가 있다는 진리를 기억하면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 진출을 목표로 많은 제약사들이 실패를 감수하고라도 신약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발판을 깔아주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