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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피서인파에 웃고 무질서에 우는 동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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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피서객들이 밤새 먹고 마신 술병, 음식물 등으로 뒤덮인 강릉시 경포해변. [강릉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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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강원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 30도를 웃도는 폭염에 바글바글한 피서객을 보니 숨이 턱 막혔다. 태풍 '크로사'가 지나간 뒤 맑게 갠 하늘 아래 백사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백사장은 형형색색 파라솔과 그늘막이 빼곡히 들어찼다. 피서객 수십 명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파도에 몸을 던지며 더위를 씻어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속초지역 3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개장(7월 5일) 이후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기 전인 지난 14일까지 274만5192명에 이른다. 전년 동기(180만2939명)에 비해 무려 52%나 급증했다. 또 동해지역 6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71만1511명으로 전년(154만9295명)보다 10% 늘어나는 등 폭염에 피서객이 대거 몰렸다. 이 기간 강원 동해안 92개 해수욕장 피서객은 총 1652만9358명으로 폐장이 완료되는 25일까지 1850만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1845만명)보다도 증가한 수준이다.

피서객보다 들뜬 건 다름 아닌 지역 상권이다. 해수욕장 일대 음식점은 번호표를 뽑을 정도로 손님이 몰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숙박업소는 빈방이 없어 더 이상 투숙객을 받지 못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밀려드는 피서객 덕분에 지난 4월 대형 산불로 관광 경기에 드리운 먹구름이 말끔히 사라졌다.

인근 강릉 경포해변도 피서객이 넘쳐났다. 해변 근처 순두부 전문점은 대기표를 받고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입실이 가능할 정도로 만석이었다. 순두부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디저트 전문점과 카페도 땡볕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수많은 피서객이 몰리면서 당일 숙소를 잡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객실이 1091개나 되는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은 휴일에는 만실, 평일에도 90%에 육박하는 투숙률을 보이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피크였던 7월 말과 이달 초에는 평일에도 방이 없을 정도였다"며 "피서가 막바지에 이르는데도 100%에 가까운 객실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업소는 성수기 요금을 내세워 평소보다 많게는 투숙료를 두 배나 높였다. 해변 근처 한 모텔은 평소 5만~6만원인 객실이 10만원에 판매됐다. 빈방을 찾기 어려워 피서객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웃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최근 강릉시청 홈페이지에는 바가지 숙박요금에 이어 피서지의 음식값도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항의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가족과 강릉에 다녀왔다는 정 모씨는 지난 6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틀 동안 경험한 음식점들은 가격도 최소 2배 이상 비싸고, 맛도 없고, 청결 상태도 엉망이었다"고 지적했다.

해변은 밤이 되자 '무법천지'로 변했다. 젊은이가 많이 찾는 강릉 경포해변은 마구잡이로 버려진 술병과 음식물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됐다. 담배꽁초는 셀 수 없고 먹다 남은 치킨과 구겨진 맥주캔, 폭죽 등이 곳곳에 박혀 '지뢰밭'을 연상케 했다.

환경미화원 4명이 2개 조로 나눠 쓰레기를 한데 모은 뒤 사륜바이크(ATV)와 연결된 수레에 실어 나르기를 반복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백사장을 뒤덮을 정도로 쓰레기가 많고 해가 뜨기 전까지 작업을 끝내야 해 현장에서 분리수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경포 등 강릉지역 해수욕장에는 매일같이 청소인력 40~50명이 투입되고 있다. 해수욕장에서 수거되는 생활 쓰레기는 하루 평균 19t으로 평소 수거량이 5t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속초시도 부업 대학생을 투입해 24시간 3교대(총 16명)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양이 워낙 많은 데다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속초시 관계자는 "투광등 설치로 쓰레기 투기가 줄긴 했지만 새벽시간 때 20대나 청소년이 맥주나 안주류를 그대로 두고 간다"고 전했다.

[속초·강릉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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