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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쏟아져 나온 200만여 시민들 '송환법 반대' 평화 시위…중국 정부, 무력진압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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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를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동안 폭우가 쏟아지자 일제히 우산을 펼치고 있다.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전선 측은 당초 센트럴 차트로드까지 행진 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를 우려해 불허한 상태다. 일부 시위대가 행진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 홍콩/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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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째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홍콩 시민들이 18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특히 시민들은 빅토리아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시내 곳곳을 행진하며 경찰 등과 대치했다.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이날 시위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만명이 참여했던 지난 6월16일 집회보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민전)은 이날 집회가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선 긴장감이 흘렀다.

집회 장소인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은 집회 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우산을 쓴 검은 옷 차림의 시민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졌지만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오후 2시45분쯤에는 더 이상 입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원이 가득 찼고, 인근 글러스터로드까지 인파로 채워졌다. 시민들은 주최 측이 나눠준 ‘경찰의 폭력진압 중단’ 등이 적힌 푯말을 들고 홍콩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상공에서 본 공원과 그 주변은 우산으로 뒤덮였다.

가족 단위로 참여한 시민들이 많았다. 8살짜리 아들과 함께 빅토리아공원에 나온 30대 여성은 현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6월9일부터 주말 집회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며 “홍콩 경찰이 홍콩인들을 때리는 일을 두고 볼 수 없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형과 함께 참여한 텐 신(31)은 “캐리 람 행정부가 시민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전혀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민전은 집회에서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 행태에 관한 독립적 조사, 보통선거 실시 수용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경찰의 폭력진압 중단도 요구했다. 범민주파인 민주당 입법회 의원 린줘팅(林卓廷)은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것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발생한 위엔룽(元郞) 지하철역 백색테러 사건 당시 오른팔을 다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민전은 ‘유수(流水·물흐르기)식’ 시위를 내세웠다. 빅토리아공원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이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과 공민당 의원들이 선두를 이끌고 애드미럴티, 완차이, 센트럴 등 방향으로 흩어져 시위를 벌였다. 민전은 당초 빅토리아공원에서 센트럴 차터가든까지 행진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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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에 30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폭동진압경찰을 투입했지만, 최근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분위기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홍콩 ‘명보’에 “시위대가 자유롭게 행진하는 것을 용납할 것이며,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경찰도 무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위 현장에선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일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풀 기어’(완전무장), ‘집회가 끝난 후 자유 행진’ 등 내부 공지가 돌면서 경찰과 충돌 가능성이 계속 거론됐다.

전날 카우룽반도 몽콕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가 몽콕 경찰서에 계란 등을 던지며 항의했다. 경찰봉과 방패로 무장한 진압경찰들이 인근에 등장하자 시위대는 자진 해산했지만 진압경찰은 계속 도로를 행진했다. 거리에 있던 시위대와 시민들은 경찰에 “깡패”라고 외치며 무리한 진압에 불만을 표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리모씨는 “홍콩 경찰이 중국 공안이 중국인을 대하듯 홍콩인들을 상대하고 있다”며 “시위대가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왜 진압경찰까지 출동하냐. 말이 안된다”고 분노했다.

홍콩|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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