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집값’에 무릎 꿇은 청년주거대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산시청 앞 원룸 소유주 등 “임대주택 들어오면 피해”

시, 행복주택 물량 90%나 줄여…타 지역 사업도 촉각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을 위해 부산시청 앞 노른자위 땅에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2000가구를 짓겠다던 부산시의 계획이 ‘반토막’ 났다. 임대주택 과잉에 따른 피해와 교통난, 주차난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게 부산시의 해명이다.

모범적인 행복주택 사례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집값 하락을 우려한 ‘님비시설’로 낙인찍히면서 향후 행복주택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8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청 앞 행복주택 사업의 가구수와 층수가 줄어들고, 사무실과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기로 방향이 바뀌었다. 행복주택 1단지는 당초 692가구를 짓기로 했지만 계획 변경으로 69가구로 축소됐다. 다만 2단지는 계획대로 1108가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행복주택은 계획 발표 당시 2000가구에서 2017년 1800가구로 사업계획이 승인된 뒤 다시 1196가구로 줄어들게 됐다.

이 행복주택은 전국 최대 규모, 신혼부부 특화형, 대형 건설사의 설계·시공 참여 등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인근 주민과 관할 연제구의회가 임대주택 과잉에 따른 피해, 교통난, 주차난 등을 우려하며 인근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지어달라고 계속 요구하자 부산시는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설 경우 주변 집값이 떨어지고 부산시청 부근의 수많은 원룸 소유자들이 월세 하락을 우려한 것이 민원의 진짜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착공까지 한 사업을 축소하자 청년층과 시민단체는 박근혜 정부 때인 민선6기(서병수 부산시장)보다 청년정책이 후퇴했다고 반발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배용준 부산시의원은 “무엇보다 당초 계획을 변경할 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는데도 조정계획을 세운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는 “기형적 도심 과밀개발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로부터 시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청 앞 행복주택은 대규모 고층주택 건설사업으로 사업부지 1㎞ 이내에 1만5000여가구의 공동주택이 건설되면 부산시청사 주변은 ‘밀집의 폐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청년주거정책은 행복주택을 2022년 1만가구까지 늘리고 청년사회주택도 310호까지 시범 추진하는 등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청년주거를 외면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정책으로 행복주택뿐 아니라 청년사회주택, 역세권 상업지역 청년드림아파트, 매입·전세임대주택 등 맞춤형 주거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현재 행복주택 사업으로 15곳 5806가구를 추진 중이며, 착공한 사업장은 6곳 2405가구다.

그러나 임대주택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 데다 실제 청년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입지에 행복주택이 들어설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