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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MB정부 때 유행한 '지식경제'… 요즘은 북한에서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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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적소유권 보호 통해 '지식경제' 이룩하자" / MB정부 시절 '지식경제' 유행… 朴은 '창조경제'

북한이 요즘 과학기술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꾀하면서 이를 ‘지식경제’라고 불러 눈길을 끈다. 한국의 이명박(MB)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모토가 ‘지식경제’였다는 점을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18일 북한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내나라’라는 이름의 북한 대외선전매체는 최근 ‘지적소유권 보호 사업에 힘을 넣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지적소유권국 김영철 국장이 했다는 “우리는 나라의 지적소유권 보호 사업을 더욱 확대 강화하여 경제 건설과 과학기술 발전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는 발언을 인용했다. 북한의 행정조직 명칭으로 ‘지적소유권국’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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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이 부인과 함께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화장품 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지적소유권 보호 통해 '지식경제' 이룩하자"

여기서 지적소유권이란 우리의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에 대응하는 용어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오랫동안 일본에서 사용하던 ‘지적재산권’이란 단어를 그대로 갖다 쓰다가 2000년대 들어 ‘지식재산권’으로 변경했다. 우리와 달리 북한은 ‘지적소유권’과 ‘지적재산권’ 두 표현이 혼용되는 듯하다.

글에 의하면 북한은 요즘 지적소유권 보호를 위한 법률적, 제도적 조건과 환경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발명법·상표법·공업도안법·저작권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새로 제정하고,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감독 및 통제도 강화해나가는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지향하는 목표로 ‘지식경제’를 적극 강조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북한 최고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 법률대학에 재직하는 한 연구자의 기고문이 실렸다.

이 기고문은 “나라의 경제를 명실공히 지식의 힘으로 장성하는 ‘지식경제’로 일신시키기 위해서는 사회경제 관계를 지식과 정보를 기본 생산수단으로, 지적재산을 전략자원으로 하는 지식경제체계에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를 떠난 지식경제의 존재와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 완비’와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거듭 강조했다.

◆MB정부 시절 '지식경제' 유행… 朴은 '창조경제'

우리도 ‘지식경제’란 말을 유행처럼 쓰던 때가 있었다. MB정부(2008∼2013) 시절이다. MB는 직전 노무현정부의 행정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산업자원부에 과학기술부 및 정보통신부 조직 일부를 더해 ‘지식경제부’라는 독특한 이름의 공룡 부처를 탄생시켰다.

당시 MB 측은 “우리 산업을 지식기반형 경제와 기술혁신형 경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제를 맡는다”고 지식경제부 출범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부처의 영문 명칭은 처음에는 ‘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로 했다가 나중에는 우리 말 그대로 직역한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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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새로 탄생한 ‘지식경제부’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지식경제’는 MB정부 5년 내내 정권의 경제정책 비전을 함축한 모토로 받아들여졌다. 약칭이 ‘지경부’인 지식경제부는 5년간 총 4명의 장관이 거쳐갔는데 최경환(2009년 9월∼2011년 1월) 같은 정치권 거물이나 최중경(2011년 1월∼11월) 같은 MB 측근 관료가 임명된 점에서 알 수 있듯 실세 부처로 통했다.

다만 지식경제 용어 자체는 “다소 모호하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3년 2월 박근혜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지식경제부 명칭을 ‘산업통상자원부’로 다시 바꿨다. 그러면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비전인 ‘창조경제’를 구현한다며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역시 독특한 이름의 공룡 부처를 탄생시켰다. 이를 두고 “MB정부와 사실상 동일시되는 ‘지식경제’란 표현을 지우는 대신 ‘창조경제’를 띄우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돌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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