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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근무교대’ 중 사고 당한 이월드 알바생”···롤러코스터 조작자는 1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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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놀이공원 ‘이월드’의 한 롤러코스터에서 일하다 지난 16일 사고를 당한 20대 아르바이트생은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자와 교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등은 직원 2명이 함께 일하던 짧은 순간에 안전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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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월드에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대구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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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찰과 이월드의 설명을 종합하면, 피해자 박모씨(22)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후 6시52분쯤 롤러코스터인 ‘허리케인’에서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ㄱ씨(20)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박씨가 탑승자들의 안전점검을 마친 뒤 기구 뒤쪽의 공간에 몸을 실었고, 이때 ㄱ씨가 출발 버튼을 눌렀다는 게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다.

이번 사고는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간대에 났다. 이에 대해 이월드 측은 허리케인의 경우 예상되는 승객 수를 기준으로 1명 또는 2명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사고 당일에는 1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즉 사고 시간대 이전까지 박씨는 혼자서 승객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기기 작동까지 했지만, 다음 근무자인 ㄱ씨가 오자 기구에 타고 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놀이기구가 출발하기 전에는 ㄱ씨가 기기를 조작하는 부스 안에서 탑승자들은 물론 박씨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ㄱ씨도 박씨가 기구에 타고 있는 걸 봤다”면서 “다만 출발 이후 사고 지점으로 예상되는 곳까지 열차가 움직이면 박씨의 모습이 나무 등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ㄱ씨가 박씨의 모습을 보고도 기기를 작동시킨 점 등을 미뤄 경찰은 이러한 행위가 ‘관행’이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사고를 수사 중인 대구 성서경찰서는 이월드로부터 현장 메뉴얼과 근무배치표, 안전교육일지 등을 넘겨받아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허리케인에서 일하고 있는 종사자와 이월드 측 관리자는 물론, 전직 종사자까지로 조사 범위를 넓혀 ‘인재(人災)’ 여부를 밝힌다는 방침이다.

경찰·이월드에 따르면, 허리케인 종사자 교육 등에 활용되는 10쪽 남짓한 분량의 현장 메뉴얼은 놀이기구 관리와 이용객들에 대한 안전사항을 위주로 제작돼 있다. “안전을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해야 한다”라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며, 직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은 적혀 있지 않다.

이월드 관계자는 “(종사자들이) 금지해야 할 행동이 메뉴얼 상에 나타나 있지는 않으며, 근무 인원에 대한 부분도 없다”면서 “놀이기구 대부분이 수입산인 이유 등으로 적용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메뉴얼을 면밀히 살펴서 이월드 내 다른 놀이기구 및 타 지역의 놀이공원과도 비교해 과실 여부를 파악하겠다. 관련 전문가 의견도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자 박씨에 대한 대면조사는 이번 주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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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월드에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대구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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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9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사고 기종과 선로 주변 등지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국과수는 기계적 결함 여부를 중점적으로 봤다.

사고 이후 운행이 중지된 놀이기구의 운전 기능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여러 차례 시험 운전을 통해 확인했다. 또 기구가 운행 중인 상태에서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을 때 즉시 멈추는지 여부도 살펴봤다. 이날 대구고용노동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도 이월드 측의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자세한 결과는 나와봐야 하겠지만, 일단 비상정지 버튼을 눌렀을 때 (기구가) 정상적으로 멈추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감식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올 예정이다.

이월드는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유병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이월드 허리케인 기종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관련하여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에서 이월드는 “다친 직원과 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저를 비롯한 이월드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병원에서 대기하며 치료과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향후 치료와 관련해 환자와 가족들께서 원하는 바에 따라 충분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면서 “사고 발생 직후 이월드는 해당 놀이기구의 운영을 즉시 중단했고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동시에 해당 놀이시설 및 운영과정에 대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놀이기구의 안전점검을 다시 실시하고 안전 규정에 대한 보강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도록 하겠다. 현재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향후 대책은 물론 개선방안을 수립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피해자 박씨의 행동이 ‘관행’이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월드 관계자는 “그러한 관행은 없었으며 지시한 적도, 묵인한 적도 없다. 이런 부분이 발견됐다면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일로 직원 전체가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청년 직원의 미래가 달린 문제여서 안타깝게 생각하며,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피해자 측 보호자 등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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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월드 놀이기구 허리케인에서 사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 박모씨(22)를 구조하고 있다.|대구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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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6일 오후 6시52분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 이월드 내 놀이기구인 ‘허리케인’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보던 박모씨(22)의 오른쪽 다리가 기구에 끼어 절단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놀이공원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박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급히 옮겼고 병원 측은 접합수술을 시도했지만 잘려나간 다리 부위가 놀이기구에 칠해둔 윤활유 등에 오염된 데다 부상 정도가 심해 성공하지 못했다.

병원 측은 19일 “다리 접합 수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박씨는 잘려나간 다리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은 뒤 일반 병실에서 회복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박씨는 의족 등 보조기구를 이용해 장기간 재활 치료를 받게 될 전망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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