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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도시공원 지키려…대구 4300억 빚내고 청주 300억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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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몰제 앞두고 해법 골머리

지자체들 “빚내서 사야 하나…”

대상지 전부 매입 땐 40조 필요

전문가 “공원 소유주에 지원금 줘

난개발 막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중앙일보

지난 7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1년 앞두고 관련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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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는 올해 300억원 규모의 도시공원 매입비를 마련할 예정이다. 제2차 추경예산에 이 돈을 ‘녹색사업육성기금’으로 편성해, 서원구 성화동과 산남동에 걸쳐있는 구룡공원 매입 등에 쓸 계획이다. 구룡공원은 내년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공원을 지켜달라”는 시민단체와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다.

청주시의 일몰제 대상 공원은 총 38곳이다. 이들 공원에 있는 사유지를 모두 매입하려면 85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는 자체 예산으로 일몰제 대상 공원을 모두 사들이기 어렵다고 판단, 10곳만 매입하기로 했다. 8곳은 건설사 등이 참여하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 외에 나머지 공원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간개발 부지의 70%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30%는 개발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안종하 청주시 민간공원개발팀장은 “일몰제 대상이라도 공원개발을 위한 실시계획 인가를 받으면 도시계획시설 해제가 최장 5년까지 유예되기 때문에 실시설계 예산 30억원도 이번 추경에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불가피하게 일부 공원은 해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해제하더라도 무분별 난개발을 막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실효대상공원부지 1766개소, 363㎢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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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 조성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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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 자치단체가 공원 보전을 위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몰제 대상 공원을 매입해 존치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지만, 막대한 예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와 인천은 수천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공원을 사들일 계획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자치단체가 도시·군계획시설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20년 동안 집행하지 않으면 그 효력을 잃는 제도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도입되면서 내년 7월 시행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공원 부지의 실소유주들이 해당 부지를 개발하는 등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 사라지는 공원부지는 전국적으로 1766개소, 363.3㎢에 달한다. 공원 면적만 서울시의 절반, 여의도의 100배가 넘는다.

국토부가 최근 해당 광역단체와 140개 시·군을 조사한 결과 자치단체는 내년 7월 해제되는 363㎢ 중 약 43.5%(158㎢)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까지 자체 예산과 지방채 등 총 7조3000억원을 투입해 이 용지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 땅은 대부분 개인 소유다. 전국에 있는 공원 부지내 사유지를 모두 매입하려면 약 4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2022년까지 43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일몰제 대상 공원을 매입할 계획이다. 당초 내년 공원용지에서 해제되는 공원 46곳(11.9㎢) 중 2곳(2㎢)만 민간공원 사업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으로 18곳(0.6㎢)을 추가 매입하기로 했다.

지방채 발행은 자동차 등록사업소에서 도시철도 채권 같은 것을 시민들이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채권 발행 등 빚에 따른 연간 이자가 87억원 정도인데, 시에서 26억원(30%) 정도를 부담하면, 나머지 연간 이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5월 지방채 이자의 최대 70%를 지원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인천시는 내년에 해제되는 43곳(7.5㎢) 중 80%인 38곳(6.0㎢)을 공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체예산과 지방채 등 3000억원을 편성할 계획이다. 또 해제되는 나머지 20% 공원 관리방안을 마련 중이다.

“공원조성 공공재인 만큼 정부 지원 필요”

대전시 역시 지방채 발행을 고심 중이다. 지역 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26곳 가운데 11곳에 대한 예산 2522억원을 확보해 매입 단계에 돌입했지만, 당초 매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월평공원 갈마지구와 매봉공원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시점에서 갈마지구와 매봉공원 내 사유지 매입 등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15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한 대책은 지방채 발행뿐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땅값을 기준으로 월평공원 갈마지구는 906억원, 매봉근린공원은 63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두곳은 당초 민간자본으로 개발하려 했으나 시민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제는 지방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시의 채무비율이 수직상승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대전시 전체 예산 가운데 지방채는 모두 6283억원으로 채무비율은 11.9%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백~수천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공원의 토지소유주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거나 공원을 임차하는 방안, 소유주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는 방안으로 재산세나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기민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공원조성 자체가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공공재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추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도시 숲이 가진 미세먼지 저감, 레저·휴식 등 공익적 기능을 고려할 때 주민세의 일부를 도시 숲 조성 기금으로 마련해 일몰제 대상 공원을 매입하거나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환경부의 생태계보전협력금을 늘려 산주나 도시 숲 소유주에게 ‘생태서비스 직불금’ 형태의 지원금을 줘서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청주·대전·대구=김방현·박진호·최종권·김윤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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