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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자수하러 온 몸통시신 살해범에… 경찰 "다른 경찰서 가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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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그냥 돌려보내… 하마터면 범죄 피의자 놓칠뻔

경찰이 자수하러 온 '한강 토막 시신 사건' 피의자를 "다른 경찰서로 가라"며 돌려보냈던 것으로 드러나 감찰에 착수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몸통 시신 살해 사건 피의자 A(39)씨는 17일 오전 1시 1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안내실에 들어섰다. 정문과 인접한 안내실은 민원인을 포함한 방문객들이 신분 확인을 거쳐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곳이다. 당시 안내실엔 경사급 경찰관 1명과 의경 2명이 당직 근무 중이었다.

A씨가 경찰관에게 "자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관이 "뭘 했길래 자수하러 왔느냐. 구체적인 내용이 뭐냐"고 묻자, A씨는 "강력 사건 담당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경찰관은 A씨에게 한두 차례 더 물었지만 똑같은 대답이 돌아오자 "여기서 가까운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A씨는 뒤돌아 나갔다.

A씨가 서울청 안내실에 머문 것은 약 1분이다. 그 뒤 약 3분 후인 1시 3분 44~50초에 종로서 정문을 통과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서울경찰청과 종로서는 약 1㎞ 거리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실에서 나와 곧바로 택시를 잡아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종로서는 오전 2시 30분쯤 A씨를 사건 관할 경찰서인 경기 고양서로 이송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 신원이 확인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자수를 결심했는데, 내가 사는 곳이 서울이고 큰 경찰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구로구 모텔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경찰청으로 갔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내부에선 "A씨가 종로서로 곧장 가지 않고 마음을 바꿨으면 어쩔 뻔했느냐" "하다못해 순찰차라도 태워서 보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에 대해 감찰 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의 모텔에서 투숙객 B(32)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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