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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대체투자 가이드] "벤처 투자하듯…될성부른 부동산 개발·해외빌딩 통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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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개발이 완료된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주식시장에 빗대자면 기업공개(IPO)가 완료된 종목을 거래하는 셈입니다. 자본 차익을 거둘 수는 있지만, 상장 전 단계에서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수익성이 낮습니다. 대체투자에 있어서도 벤처 투자, 나아가 '엔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개발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습니다."

봉원석 미래에셋대우 IB2부문 대표(부사장)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부동산 등의 매입이나 론 파이낸싱에 그치지 않고 각종 국내외 건설·개발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키를 잡아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하남 풍산 지식산업센터, 문정동 지식산업센터,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험을 통해 쌓아온 미래에셋대우의 개발사업 노하우와 해외 대체투자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자회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분석력이 최대 무기다.

총 세 부문으로 나눠져 있는 미래에셋대우 IB(투자은행) 가운데 봉 대표가 이끌고 있는 IB2부문은 국내외 부동산, 인프라투자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IB1부문은 전통영역인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서 기업금융업무를, IB3부문은 인수금융과 해외 대체투자 업무를 수행한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대체투자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8조원 이상의 자기자본, 10개국 13곳 해외법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 오랜 기간 축적한 딜 발굴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대체투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이다. 미래에셋대우 IB2부문의 작년 순영업수익은 1600억원으로 목표였던 1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는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상반기에 다양한 PF딜을 수행하며 순항하고 있다.

봉 대표는 대체투자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투자 대상이 되는 실물 자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물건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봉 대표는 "신용에 근거한 주식이나 채권의 특성상 투자 대상 회사가 잘못되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다"며 "한편 대체투자는 실물자산에 돈을 싣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경매나 공매를 통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투자금을 유동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지점도 향후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지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대체투자 딜을 진행할 때 가장 세밀하게 따지는 부분이 담보권이다. 물건 인수 후 청산 과정에서 채무불이행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제때 담보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거액의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체투자 시장에서 물건 인수 후 담보권을 집행하지 못해 자금 회수에 실패해 큰 손해를 보는 사례가 왕왕 나온다.

봉 대표는 "국내외 로펌과 자문계약을 맺고 투자 대상의 법적 위험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있다"며 "투자하려는 물건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생길 경우에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물건의 경우 법률관계 해석이 국내 물건보다 복잡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투자환경, 법 체계가 다른 점이 많은 신흥국 물건 투자 시 담보권 등 법적 권리 분석에 더 신경을 쓴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부동산에 대해서는 환 차익을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해외채권이나 대체투자 상품 투자 시 환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거는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인 반면 유럽연합(EU)의 기준금리는 0%로 낮아 헤지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일본 부동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이치로 환 프리미엄이 발생하지만 중개 수수료가 높아 프리미엄이 상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국내와 해외 대체자산 투자비중을 5대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봉 대표가 이끄는 IB2부문의 경우 국내와 해외 대체자산 투자비율이 6대4로 국내 투자 비중이 약간 높지만 고유자산 투자를 담당하는 PI부서는 해외 대체자산 운용 비중이 높다는 설명이다.

올해 IB2부문이 수행한 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홍콩 소재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투자, 인천 항동 물류센터 개발사업 PF,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등을 꼽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딜을 따냈거나 개발 초기 단계부터 투자에 나서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들이다. 봉 대표는 "한국에서 다년간 쌓아온 PF 경험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개발 PF 및 에퀴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NH투자증권과 손잡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합 리조트 개발 사업 투자에 나선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다.

봉 대표는 2003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시절 국내 최초로 공모형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설계 및 판매해 국내 PF-ABS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LG투자증권 부동산금융팀장을 거쳐 미래에셋 프로젝트파이낸싱1 본부장, 미래에셋대우 리스크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7년 1월부터 IB2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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