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한이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한 뮤지컬 '시라노'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 새로운 시라노로 이규형, 최재웅, 조형균이 합류했다. 시라노의 운명같은 여인 록산 역에는 박지연, 나하나, 록산이 사랑하는 남자 크리스티앙 역에는 송원근, 김용한이 출연 중이다.
17세기 중엽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시라노'는 펜과 칼이 곧 최고의 무기였던 시대, 모든 것을 갖췄지만 큰 코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시라노의 이야기를 담는다. 초연보다 가슴 절절한 로맨스적 상황을 더하고, 여성 캐릭터의 빈 틈도 메웠다. 재연에서는 시라노가 지은 시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사랑 노래가 극장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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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고 훌륭한 시로 귀족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고, 100명이 몰려와도 능히 이겨낼 검술을 갖춘 시라노는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이자 정의로운 남자다. 하지만 커다란 코가 콤플렉스인 그는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록산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록산이 첫 눈에 반한 미남 크리스티앙의 편지를 기다리자, 시라노는 말솜씨와 글이 부족한 그를 대신해 매일 밤 사랑의 편지를 록산에게 보낸다.
시라노 역의 류정한은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대단한 존재감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대사마다 시라노의 기백과 순정이 느껴진다. 특히 대표 넘버 '거인을 데려와'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직접 시라노가 돼 용기를 전해주는 듯 하다. 록산에게 정체를 감추고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하는 신에서는 명불허전 연기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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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 지치고 두려운 이들에게…'제2의 돈키호테', 시라노의 메시지
'시라노'는 전쟁과 같은 삶의 한복판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희망을 노래한다. 모든 것을 갖춘 시라노도 좌절하는 순간은 있게 마련이다. 너무 커다란 코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록산 앞에서, 또 결코 이길 수 없는 적과 마주하면서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힌다.
하지만 시라노는 '무엇이든 다 데려오라'면서 세상 모든 거인과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시인의 펜을 꺾으려 하는 귀족이든, 스페인의 대규모 군대든, 꿈에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줄 록산이든 거기에 맞서 이겨내려 최선을 다한다. 시라노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면, 객석에서도 자연히 한 가닥 희망을 꿈꾸게 되고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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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yang@newspim.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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