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에 거국내각 구성 제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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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0일 당내 반대파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바른미래당 중심의 새판짜기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참패 후 "추석 전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지금은 나라가 위기 상황이라며 거국내각(擧國內閣) 구성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손학규 선언'이라며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해 새로운 정치, 제3의 길을 수행하기 위한 새 판 짜기에 들어가겠다"며 "안철수·유승민 대표는 저와 함께 가자. 우리 그만 싸우고 화합하자"고 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더 이상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면서도 "다만 한 가지 남은 꿈이 있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를 향해선 "다른 당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며 "더군다나 당을 통째로 이끌고 자유한국당과 통합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했다. 이어 "다른 당에 가서 2번(한국당) 또는 1번(더불어민주당) 달고 내년 총선에 나갈 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바른미래당으로 튼튼하게 자리잡고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의 모든 개혁세력이 제3지대에서 함께 모여 대통합 개혁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서 승리의 길로 나아가자"고 했다. 지난 16일 민주평화당을 탈당한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으며, 바른미래당 내 호남 중진의원들은 이들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는 내년 총선 비전에 대해선 "총선기획단을 꾸리고 인재개발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공천과 관련해 "청년과 여성의 인재 영입에 특별히 공을 들이겠다"며 "여성과 만 50세 이하 청년들로 공천의 50% 이상을 채우겠다"고 했다. 이어 "비례대표 공천도 상향식으로 100% 국민참여 공천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며 "공천 시스템을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손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의 2인자와 연합해서 정권을 장악했고 그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며 "문 대통령도 이런 지혜를 배워 야당까지 끌어안는 정치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국 내각과 함께, 장관 인사 등 주요 국사를 위해 야당을 포함한 국가 원로로 구성된 가칭 ‘국가통합위원회’를 만들어 국론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손 대표는 '추석 전 당 지지율이 10%가 안 되면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4·3 보궐선거 이후로 당 혁신위가 파행하며 당을 분열시키고 당 지도부를 끌어내리는 역할만 해서 당 지지율 올라갈 여건이 없었다"고 했다. 지지율이 10%에 못 미치는 이유는 자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퇴진을 요구해온 반대파의 발목잡기 때문이란 뜻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앞으로 자강을 통해 제3지대에서 중심을 이루고 새로운 제3의 길을 추진해 나갈 때 국민 지지율 높아질 거라 믿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내 반(反)손학규파에선 "사퇴 약속을 뒤집고 뜬금없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하고 나온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 반대파 의원은 "손 대표가 제3의 길을 말하면서 거국내각 제안을 꺼낸 걸 주목한다"며 "그가 현 정권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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