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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노사상생이라더니… 광주형 일자리 시동 걸자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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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일 오후 광주 광산구 그린카진흥원에서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발기인 총회가 열린 가운데 이용섭 광주시장(앞줄 가운데)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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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의 광주형 일자리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이 20일 출범했다. 법인 명칭은 ㈜광주글로벌모터스로 결정됐고, 법인을 이끌 대표이사엔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선임됐다. 그러나 노동계가 투자자 중 2대 주주인 현대차가 반노동 성향을 가진 자사 고위 간부를 추천한 데 대해 반발, 출범식까지 불참한 뒤 해당 간부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서면서 나머지 이사 2명에 대한 선임은 미뤄졌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실행 궤도에 올랐으나 출발 시동을 걸면서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는 셈이다.

광주시는 이날 오후 광주그린카진흥원에서 열린 합작법인 출범식 겸 발기인 총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 위탁조립공장 명칭이 ‘주식회사 광주글로벌모터스(Gwangju Global Motors Co. Ltd)’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또 발기인 총회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 초대 대표이사로 박 전 광주시장이 선임됐다. 박 전 시장은 총회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주주총회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로 하고 주주총회 결의 방법은 소유 주식 1주에 대해 1개의 의결권을 가진다. 회사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고 임기는 2년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날 총회에서 2대 주주인 현대차와 3대주주인 광주은행이 추천해 결정하기로 한 이사 2명에 대해선 선임이 보류됐다. 노동계가 현대차 추천 인사에 대해 “노동계를 인정하지 않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해당 이사 선임 계획에 반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국노총은 이날 총회를 앞두고 “현대차 추천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면 퇴진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는 이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동차 전문가를 포함해 다시 추천 과정을 밟기로 했다.

이 합작법인 총 사업비는 5,754억원으로, 자기자본금 2,300억원, 타인자본 3,454억원으로 구성됐다. 총 투자자는 36개사로 1대 주주 (재)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이 483억원(21%), 현대차가 437억원(19%), 광주은행이 260억원(11.3%)을 출자했다. 자본금 2,300억원 중 법인설립 시 자본금은 2,110억원(34개 기업 출자분)이며, 나머지 190억원은 설립 후 증자 시 기업은행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출자하기로 했다. 또 시민주가 필요하다는 노사민정협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증자 시에 시민 참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이날 주금 전액 납입, 발기인 총회 개최, 대표이사 선임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바로 법인 설립 등기를 완료하고 8월 중에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시는 합작법인을 출범시키고 올해 말 공장 착공, 2021년 완공ㆍ양산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위탁조립공장 설립사업은 합작법인이 빛그린산단에 연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현대차로부터 위탁받아 생산하고, 정규직 1,000여 명을 고용하는 내용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친환경화, 디지털화, 유연화를 추구해 지속가능성, 수익성, 확장성 등 3대 목표를 실현하고 탄탄한 신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현대차 추천 이사 선임 계획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로 대립적 노사관계 등 국내 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난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시장이 노동계의 총회 불참을 두고 “한국노총은 투자자가 아니어서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노동계가 “광주시가 어제(19일) 오후 총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반노동 성향 이사 추천에 반발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서, 시가 또다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시가 현대차와 투자협상 때도 협상 내용 공개를 요구하던 노동계를 패싱하더니 협상 타결 이후 합작법인 설립 과정에서도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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