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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마케팅 담당할 바이오 석박사 모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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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미과학자대회(UKC 2019) 지원자들이 미국 시카고 하얏트 리전시 오헤어호텔에서 CJ제일제당 부스를 찾아 채용정보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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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과학자대회(UKC 2019)가 열리고 있는 미국 시카고 하얏트 리전시 호텔의 한 세미나룸. 미국의 한 대학에서 양돈영양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바이오 기업에 재직 중인 미국인 지원자가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를 비롯한 바이오사업본부장, R&D 기획실장, 바이오기술연구소장, 미래기술연구소장 등이 진행한 최종면접에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일제당의 미국 아이오와 공장을 가본 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인상 깊었다"며 "기술 마케팅이라는 분야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여서 희소가치도 있고,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CJ가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방향이 일치한다고 느껴 지원했다"고 말했다.

UKC 2019에서는 우수 인재 채용을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UKC에는 미국에서 공부 중인 석·박사 과정 학생을 비롯해 박사 후 연구원 등 고급 인력이 대거 참여하다 보니 사전에 서류면접 등을 진행하고 현지에서 채용면접을 실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의 기업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려대, 아주대 등의 대학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부터 부스를 차리고 UKC 행사기간 내내 인재 유치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UKC에서도 인재 채용에 가장 신경을 쓴 곳은 CJ제일제당이었다. 이재현 CJ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직접 UKC를 방문해 최종면접을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은 식품·바이오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석·박사급 연구자 2000여 명의 리스트를 확보한 뒤 이 중 1000명에게 인터뷰를 제안했다. 올해 채용에서 눈에 띄는 점은 마케팅 직급에 이공계 석·박사 출신 채용을 추진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마케팅은 비이공계 출신이 도맡았던 분야다.

신현재 대표는 "이공계 출신이 맡게 될 기술 마케팅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닌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투입된다"며 "전문 지식을 이용해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선진 영업·마케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마케팅은 독일의 에보니크, 네덜란드의 DSM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직종이다. 신 대표는 "기술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의 판매가 아닌, 고객사와 기술적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또한 이공계 출신이 기술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에 대해서도 파악하면 훌륭한 경영자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J가 이처럼 인력 채용에 공들이는 이유는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사료용 아미노산(라이신, 트립토판 등)과 식품조미소재(핵산 등)를 비롯한 그린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지속성장이 가능한 미래 기술 확보에 방점을 두고 최고 수준의 R&D 인재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신 대표는 "글로벌 1위 식품·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뜻하는 'CBP(Challenge Beyond Possibility)'를 이뤄야만 한다"며 "이를 위해 UKC에서 이틀간 10회에 걸쳐 면접을 진행하고 국내외 바이오 학계에 몸담고 있는 교수진과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디스플레이, LG전자도 지난해에 이어 UKC에 참석해 인재 확보에 나섰다.

박희원 SK이노베이션 인재개발실 부장은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우수 인재 확보는 필수"라고 말했다. 정무영 UNIST 총장과 이병권 KIST 원장도 직접 UKC를 찾아 채용 면접을 비롯해 기관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주대도 교수 채용 정보를 전했다. 고려대도 정진택 총장과 이기형 의무부총장 등 보직 교수들이 총출동했다. 이 의무부총장은 "우수 인재를 찾는다면 바로 채용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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