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도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지 않은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7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D램 수출물가지수는 63.33(2015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7월 대비 48.7% 하락했으며 전달에 비해서도 12.8% 떨어졌다. D램 수출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하락 폭이 커졌다.
D램, 플래시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등을 합친 반도체 전체 수출 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34%, 전달에 비해 5.9% 떨어진 75.45로 집계됐다.
D램 현물가격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PC용 DDR4 8Gb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달(3.31달러)보다 11.2% 떨어진 2.94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7월 최고치인 8.19달러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낸드(128Gb MLC)는 전달에 비해 2.04%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5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 업황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로 수요가 촉진되면서 가격도 오를 것이란 예상이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74%에 이른다.
실제 지난달 10일 DDR4 8Gb 시장 현물가격은 평균 3.0달러로, 전날 대비 1.2% 올라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는 10개월 만의 첫 반등으로,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반도체 구매를 늘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은 일시 상승하다 금세 안정세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의 실질적 영향이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부 시장에서 수요심리 불안 때문에 일시적으로 올랐던 것"이라며 "그러나 현물가라는 게 PC 중에서도 일부 시장만 반영하고 서버나 모바일 쪽의 수급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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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2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재고 수준이 가격 반등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양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반도체 재고자산은 삼성전자가 14조5231억원, SK하이닉스가 5조5887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양사의 반도체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는데, 올 상반기 들어 각각 1조7601억원, 1조1660원이 추가로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고객사의 재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떨어졌고 D램 공급사의 재고량도 많아 수요공급의 영향을 받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양사의 반도체 재고는 일본 수출규제에도 수개월을 버틸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 측면도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될 때 영향받는 기간이 90일이란 얘기가 있었는데 그 기간보다 재고가 많기 때문에 그 기일 내에는 해결될 거란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됐다.
사실상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재까지 국내 반도체 생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란 의견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초반엔 일본 규제의 실체가 불분명해 반도체 생산차질로 이어지고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설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50일이 지난 현재 EUV용 포토레지스트 수출규제도 났고 생각보다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도 충분하고 생산차질도 발생을 안 했고 가격 변동도 없고 대외지표도 전혀 흔들림 없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가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크게 반도체시장이 동요되고 있지 않으며, 해외에서도 국내 반도체의 차질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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