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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한일관계 미래'강조한 韓원로들, 앵무새처럼 아베 주장 반복한 日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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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원에서 열린 한일 공존 세미나서 격론

정대철 "양국 정상 언제 어디서든 만나야"

유경현 "모두 승자되는 길 모색해야 한다"

시모무라 "징용 위안부 문제, 이미 완결"

에토 "선인들 노력 결정체 한국이 뒤집어"

20일 오후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선 ‘가까운 이웃나라, 공존공영하는 한일양국’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에선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 소속 정치 원로 20여명이, 일본에선 자민당 현역 의원들 20여명이 참여했다. 1시간 가깝게 진행된 개회식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중앙일보

20일 도쿄의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한국 헌정회와 일본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한일관계 세미나가 열렸다. 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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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의 광경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한·일관계의 밝은 미래를 호소한 한국 원로들, 그 앞에서 칼같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자민당의 입장을 대변한 일본 현역 의원들’로 요약된다.

5선 의원 출신의 정대철 헌정회 고문(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은 "분노와 증오 등 서로 마음에 품고 있는 독소를 제거하고 용서해야 한다"며 "한국은 과거사를 용서하고, 일본은 혐한 감정을 털어 없애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언제 어디서든 빨리 만나야 한다. 상호 양보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현 헌정회 회장은 "한일관계가 나빠지면 어느 나라가 이득을 볼지 생각해야 한다. 양국 지도층은 모두 훌륭한 승자가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크게 보고 큰 외교로 길을 열자"며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화이트 국가에서의 한국 배제 조치의 시행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능력있고, 훌륭한 여러분들께 잘 부탁드린다"는 말도 했다.

1998년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합의했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전 총리의 딸 오부치 유코(小渕優子)전 경제산업상이 이 자리에 참석한 걸 의식한 듯 "DJ와 오부치 전 총리 두 분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일본 의원들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중앙일보

20일 도쿄의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한국 헌정회와 일본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한일관계 세미나가 열렸다. 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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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전 문부과학상은 "한국의 (반일)여론을 고려하면 이런 시기의 방일엔 상당한 리스크가 있었을텐데,그 용기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생각하며, 위안부 합의도 2015년 합의로 최종적ㆍ불가역적인 해결이 확인됐다"며 '한국의 약속 위반'을 강조했다.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자민당 외교조사회장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긴밀한 양국 관계 구축을 위해 선인(옛사람)들이 쏟은 노력의 결정체인 법적인 관계(청구권 협정)를 뒤집었다","청구권 협정은 입법부 뿐만 아니라 사법부와 국가전체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징용문제에 대한 대항조치나 경제보복이 아니며,그런 프로파겐더(선전)에 동요해선 안된다"며 아베 총리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결단해달라는 원로들의 외침에, 일본 의원들은 교과서에 적혀있는듯한 판에 박힌 답변으로 일관한 셈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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