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온라인에 홍콩 시위 맹비난하는 게시물 올려 여론 유도
SCMP "홍콩 시위대-中 본토인, 치열한 '온라인 전투' 벌여"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한국 경향신문에 게재한 지지 호소 광고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와 중국 본토 누리꾼이 치열한 '온라인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특히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온라인을 통해 거액을 모금해 전 세계 언론에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광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지난 18일 17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에 있다가 홍콩인들에게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마 씨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마 씨는 기자들에게 자신이 홍콩 시위대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 그들에게 위협받고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에는 '이것이 폭도들이 말하는 '안전'인가'라는 자막이 달렸다.
이 영상은 웨이보에서 조회 수 5억2천만 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홍콩 시위 관련 게시물은 홍콩 시위대의 폭력성과 애국심 부족 등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특히 중국 내 소셜미디어 여론은 관영 매체가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화통신은 페이스북에 홍콩 시위대를 바퀴벌레로 묘사하는 만화를 올렸고, 중국 중앙(CC)TV는 홍콩 시위대를 나치당에 비유하는 시를 트위터에 게재했다. CCTV 해외법인은 '홍콩인, 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라는 가사를 담은 랩 영상을 만들었다.
중국의 민족주의 성향 온라인 그룹 '디바 포럼'은 홍콩 시위대를 겨냥해 가장 강력한 '온라인 전투'를 벌이는 집단이다.
이들은 송환법 반대 시위를 옹호하는 가수 데니스 호, 야당 의원 클라우디아 모, 시위 주도 단체인 민간인권전선 등의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 몰려가 중국 국기나 비판성 댓글 등으로 도배한다.
하지만 이처럼 자극적으로 홍콩 시위대를 비난하는 영상이나 글은 되레 강한 반발을 부르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중국 전문가인 플로리안 슈나이더는 "중국 본토인들이 올리는 홍콩 시위 관련 내용은 민족주의적 색채나 법질서를 강조하는 어조가 너무 강해 공산당의 선전물처럼 보이며, 해외 누리꾼의 호응을 별로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주요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홍콩 시위자들에 반대하는 중국의 허위 정보 선전전에 연루된 계정들을 대거 적발해 이를 중단시켰다고 전했다.
홍콩 '프리덤 홍콩' 페이스북 |
홍콩 시위대도 소셜미디어나 모바일 메신저를 송환법 반대 시위와 홍보전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즐겨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이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등에서는 집회나 시위 관련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시위대는 이들 소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하고 기획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 각국에서 이용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내용의 영상이나 사진을 올린다.
소셜미디어에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국어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홍콩 정부나 중국 누리꾼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들을 염탐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둥어와 영어를 섞어 '콩기시'(Kongish)라는 새로운 온라인 언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LIHKG'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홍보를 위한 모금 운동이 제안됐고, 홍콩 대학생들이 주축인 '프리덤 홍콩'(Freedom HONGKONG)의 주도로 모금 운동이 펼쳐졌다.
모금 운동은 전 세계 누리꾼이 조금씩 돈을 기부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계 각국 언론에 광고를 싣기 위한 이 모금 운동에는 3시간 동안 2만2천여 명이 참여해 무려 1천400만 홍콩달러(약 22억원)의 돈이 모였다.
홍콩 시위대는 모금한 돈으로 한국, 미국, 프랑스, 독일, 대만 등 세계 13개국 18개 매체에 광고를 게재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해 지지를 호소했다.
우리나라 신문에도 '떨어지는 홍콩을 잡아줘. 자유를 향한 마지막 투쟁'이라는 내용을 담은 광고가 실렸다.
마이클 찬 홍콩중문대 교수는 "시위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우군'을 만들기 위해 뉴스, 동영상 등을 끊임없이 올린다"며 "다만 문제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잘못된 정보나 가짜뉴스를 올리기도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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