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보청기 가격 부담될 땐, 가성비 좋은 소리증폭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난청환자 대상 임상실험 결과

보청기가 소리증폭기보다 조금 우수한 정도로 결과 비슷

증폭기 성능 확대해석은 금물…의사와 상담 후 착용이 바람직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난청이란 소리를 받아들이는 귓바퀴부터 중이, 세반고리관, 달팽이관(와우), 청신경을 지나 소리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뇌까지의 ‘청성 회로’ 중 일부가 역할을 다 하지 못하여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음의 분석 능력이 떨어지거나 와우에서 분석된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청신경이 나쁜 경우를 ‘감각신경성 난청’이라 한다. 과도한 소음에 의한 소음성 난청, 나이가 들면서 노화과정으로 나타나는 노인성 난청이 대표적이다.

소음성 난청의 가장 흔한 증상은 주변 소음 상황에서 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고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느끼지 않으나 증상이 심해지면서 자신의 말소리가 커지고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자꾸 되묻게 된다.

노인성 난청은 퇴행성 변화에 의한 청력 감소를 의미한다. 경도 혹은 중등도의 청력 감소가 나타나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하여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본인의 말도 정확한 발음을 구분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눈이 나쁘면 안경을 착용하듯, 청력이 나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한 해결 방법”이라고 말한다. 인공와우 수술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지만 소음성 난청뿐 아니라 노인성 난청도 조기에 발견하여 가능한 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하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청각 재활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 난청 인구 가운데 12.6%만이 보청기를 착용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난청 인구의 보청기 사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 이는 보청기를 하면 ‘사오정(난청을 비하하는 용어)’ 취급을 받기 쉽고, 보청기 가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청기 한짝에 100만원이 넘고 기능 이 좋은 것은 400만~500만원 이상이다.

난청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 탓에 보청기 착용을 망설였다면 소리증폭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리증폭기란 보청기와 유사하지만 보청기의 여러 기능을 간소화해 주로 소리만 키워주는 장치다. 가격도 50만원대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조영상 임상강사 연구팀은 국내 난청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소리증폭기와 보청기의 임상적 효과 차이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이비인후·두경부외과학지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은 우선 난청 환자를 경도(19명)와 중등도(20명), 중등고도(17명)로 나누고, 소리증폭기와 보청기를 번갈아 착용시켰다. 보청기는 일반형(6채널)과 고급형(64채널) 모두 사용했다. 제품에 따른 선입견이 들지 않도록 환자들은 본인이 착용한 기기가 어떤 종류인지 모르도록 했다. 그 결과 경도 난청이나 중등도 난청 수준까지는 소리증폭기를 끼든, 보청기를 끼든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 면에서 보청기가 조금 우수한 정도의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문 교수는 “소리증폭기가 보청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료를 통한 적절한 치료가 병행돼야 난청이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필수라는 것이다. 개인이 직접 구입해 사용하는 소리증폭기의 경우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 난청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난청 정도가 심한 경우 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격이 비싼 보청기 대신 소리증폭기를 선택할 경우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