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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KEI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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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서 결론

전문가 위원·기관 3곳 모두 반대

환경부, 사업 백지화 가능성 커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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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키’를 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지난 16일 열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사업 “부동의” 의견을 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KEI뿐 아니라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 동식물 전문가 등 찬반 양측을 제외한 ‘캐스팅보트’ 5인의 전문위원이 모두 사업 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환경부가 사업 추진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른미래당 이상돈·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은 이날 오색케이블카 설치에 관한 8개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협의회 최종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최종 회의에서 ‘부동의’ 의견을 낸 KEI 측 위원은 “설악산은 보전이 우선인 공간이라는 것이 공식적 입장”이라며 “멸종위기종인 산양에게 미칠 악영향, 아고산대 식생 훼손, 탐방로 회피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해소되지 않아 (사업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국립생태원과 국립공원공단 역시 케이블카가 설악산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완화할 만한 보완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립생태원 측 위원은 “준비기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보완 사항이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케이블카 찬성 측 4명, 반대 측 3명, 중립적인 전문가 5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5명의 중립인사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특히 KEI와 국립생태원은 강원 양양군이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보완서의 검토를 맡은 기관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협의회 최종 의견과 KEI·국립생태원이 제출한 검토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달 말 최종 결정을 내린다. 협의회 전문가 위원들과 KEI 등 전문기관 3곳이 모두 현 상태로의 사업 추진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만큼 환경부가 이를 무시한 채 사업 “동의”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하는 곳 산양·희귀식물 보호 대책 미흡”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부동의’ 내용과 배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오색약수터에서 설악산 끝청(해발 1480m)까지 3.5㎞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8월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조건부 가결’됐다. 하지만 국립공원 정상까지 케이블카 허가를 내준 전례가 없어 환경파괴 우려로 논란이 됐고, 이듬해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서의 허위·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지난해 환경부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가 “사업 재검토” 결론을 내림에 따라 양양군은 올해 5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완서를 다시 제출했다. 바른미래당 이상돈·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20일 공개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최종회의 결과는 사실상 4년여를 끌어온 오색케이블카 논쟁의 종착점인 셈이다.

■ 전문가들 “케이블카 이대로 건설하면 안된다”

조정협의회 참석 전문가들

“식생평가 오류·차이 많아”

“사업 승인 요건 충족 안돼”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찬·반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온 쟁점은 산양 등 멸종위기종과 식물 보호대책 마련이다. 찬성 측은 “산양 서식지이긴 하나 교란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대 측은 “사업대상지가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의 중요 서식지”라고 맞서고 있다. 식물 보호와 관련해서도 반대 측은 양양군이 관련 생태계 조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에 참석한 동식물 전문가 위원들은 찬·반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사업 추진 측의) 보완 내용이 미흡하다”는 최종 의견을 냈다. 동물 전문가로 참석한 ㄱ위원은 “산양 및 무산쇠족제비 등 주요 법정보호종의 보완 요청 내용이 일부 수행되지 않거나 미흡하다”며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보고서, 보완서, 문화재청 보고서 등의 결과 등을 고려할 때 사업대상지는 설악산 내 산양의 주요 서식지”라고 밝혔다.

식물 전문가인 ㄴ위원도 최종 의견에서 “희귀식물에 대한 세부적 보전대책이 고려되지 않아 상당한 문제이고, 보완 요청 사항을 만족하지 않는다”며 “식생평가에서 오류나 차이가 상당히 많았고, 평가서에서 아고산대가 (사업예상지에서 벗어난) 해발 1500m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기관 3곳도 ‘갸우뚱’

환경부, 27~28일 최종 결정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키’를 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국립생태원, 국립공원공단 등 전문기관 3곳도 모두 “부동의” 혹은 “보완 대책 미흡”이라는 최종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공단위원회가 사업 승인 전제로 내걸었던 조건들의 충족 여부가 모두 미흡하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부대조건으로 산양 문제 추가 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마련·상부정류장 주변 식물 보호대책 마련·시설물 안전대책 보완·탐방로 회피대책 강구 등을 내걸었다. 그러나 양양군이 제출한 보완계획이 모두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 어떻게 ‘조건부 승인’이 났나

양양군이 내놓은 ‘보완서’마저 혹평을 받은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의 최종 회의록을 보다 보면, 애초 2015년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이 어떻게 국립공원위원회 회의에서 ‘조건부 가결’될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2015년 8월28일 공원위는 정부·민간위원 총 19명 중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표를 해 조건부 가결 12표, 유보 4표, 기권 1표로 사업을 가결시켰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10개 부처 정부위원들이 대부분 ‘찬성’ 의사를 밝힌 가운데 반대 측 위원 2명이 회의 도중 퇴장한 결과였다. 당시 공원위 회의록을 보면, 이번 협의회에서 지적된 분야별 ‘미흡점’들이 그대로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위원들의 주도로 무기명 투표가 강행된 점이 곳곳에 드러난다.

당시에도 산양과 식물 보호 문제가 일부 민간위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찬성 측 위원이 “표결로 가는 것을 정식 요청”하자 동식물 보호대책과 탐방로 회피대책 마련 등을 ‘조건’으로 달아서 찬반 사업 가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 위원은 산양에 대해 “산양은 강건한 종”이라는 다소 황당한 근거와 함께 “산양의 서식지나 아고산대 식생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므로 큰 문제가 아니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협의회에서는 찬성 측도 사업예정지가 산양의 ‘서식지’란 사실은 부인하지 못했다.

이날 자료를 공개한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 부대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보완사항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사업 추진 시 설악산국립공원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환경부가 객관적인 검증 결과에 따라 부동의 결정을 하고, 사업자 및 평가업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는 27~28일쯤 협의회 최종 회의 결과와 KEI·국립생태원의 연구 결과를 종합 검토해 4년여를 끌어온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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