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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年 100만부 파는 비결? '좋은 책'에 대한 상식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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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와 고스케]

일본의 '천재 편집자' 자신의 성공 비법 공개한 '미치지 않고서야' 출간

조선일보

미노와 고스케는 "상식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 규칙은 잊으라"고 했다. /21세기북스


1년 만에 100만부 판매!

일본 출판사 겐토샤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34)가 2018년 이룬 성과다. 그는 2017년 경제 전문 소셜미디어 뉴스픽스와 협업해 '뉴스픽스 북'이란 브랜드를 설립, 경영인 호리에 다카후미의 '다동력(多動力)', 기업인 마에다 유지의 '인생의 승산' 등 매달 한 권씩 책을 출간하기 시작해 1년 만에 총 100만부를 팔아치웠다. 전 직장인 후타바샤에서도 광고영업부에 적을 둔 채 '네오힐즈 재팬'이란 잡지를 창간해 아마존 재팬 종합 순위 1위에 올랐다. '천재 편집자'로 불리며, 몇몇 서점엔 그가 편집한 책만 모아놓은 매대가 있을 정도. 미노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획을 할 때 상사의 승낙 여부가 아니라 독자가 즐길 만한지에 초점을 맞춘다. 회사는 망해도 '미노와 고스케가 편집하는 책은 재밌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가 쓴 '미치지 않고서야'(21세기북스)가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이 책은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누계 판매 부수 12만권을 달성했다.

탁월한 회사원이지만 주 수입은 상품 기획, 컨설팅, 강연, 온라인 살롱 운영 등 부업에서 온다. 부업으로 버는 돈이 월급의 30~50배. 그는 "회사가 주는 사료를 받아먹는 돼지가 되지 마라. 자신의 손으로, 발로, 머리로 포획물을 사냥하는 늑대가 돼라"면서도 "'회사'라는 배경을 버리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돈을 버는 곳이라기보다 '책을 만들고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실적을 올리는 곳이라는 데 회사의 의미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종신고용이라거나 연공서열이라는 게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선 '시장(市場)'을 바라보되, 회사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회사에는 오랫동안 구축한 인프라와 신용이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 개인은 불가능한 큰 규모의 일을 할 수 있다. '노 리스크'로 '풀 스윙'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자신의 실적은 물론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조선일보

미노와 고스케의 저서와 그가 편집한 책이 한데 모여 있는 일본 서점 매대. /미노와 고스케 트위터


저자에 가려 이름 없는 존재였던 전통적 편집자 역할도 거부한다. 대표 베스트셀러 '다동력'에 대해서는 "거의 내가 다 썼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저자가 프로 글쟁이는 아니기 때문에 고스트라이터(대필작가)가 대신 쓰는 걸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내는 건 저자, 그것을 쓰는 건 라이터, 편집은 편집자가 하는 분업제로 일한다. '책이란 건 본인이 써야만 한다'고 말한다면, 획일적인 발상이다." 기분 나빠하는 저자는 없을까? "잘난 척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지만, 좋은 작품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편집자가 홍보맨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 14만명을 둔 인플루언서다.

"스피드가 중요하다"며 책 한 권을 석 달 만에 뚝딱 만들고, 디자인도 이틀 만에 한다. 아날로그적인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 있는 출판계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그는 "비즈니스 서적은 최첨단의 것을 툭 잘라내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1년, 2년 시간을 들여 만들다 보면 시대가 크게 달라지고 만다"고 했다.

밀레니얼 세대이지만 '워라밸'에는 관심이 없다. "양(量)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24시간 일에 매달릴 것을 강조한다. 일과 놀이 간의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 좋아하니까 한 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노력한다"면서도 "회삿돈을 사용해 적자를 쌓아가며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다. 숫자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많이 팔린다고 해서 꼭 좋은 책은 아니지 않은가"란 질문엔 이렇게 답했다. "많이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 말만 해서는 비즈니스가 성립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최소한 흑자로는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유가 주어진다."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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