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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1년 넘게 개방하고도… 금강·영산강 4개 보, 수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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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의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결과, 전문가 10명만 불러 발표

환경부가 지난달 23일 '4대강 보 개방·모니터링 자문회의'를 갖고 수질·생태 전문가 10명이 모인 가운데 2년간의 보 개방·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보 개방·모니터링 1주년 당시에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대대적으로 결과를 홍보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보 개방·모니터링 결과치가 예상과 달라 크게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자문회의에서 환경부가 내놓은 '4대강 16개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강과 영산강의 경우 백제보를 제외한 4개 보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보 개방 이전 같은 기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인(燐) 함량(TP), 총질소(TN), 부유물질(SS) 등 5가지 수질 지표가 대부분 악화됐다. 금강 공주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5개 지표가 모두 악화됐고, 세종보는 부유물질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죽산보는 총질소를 제외한 전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이끼의 일종) 농도의 경우에도 승촌·죽산보에서는 오히려 예년 동기 대비 최대 94%까지 증가한 사례가 나타났다. 강이 맑아진다는 예상과 동떨어진 이런 결과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류에서 유입된 조류 농도가 오르거나, 퇴적물이 떠오르면서 영양물질의 농도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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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승촌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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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영산강은 2017년 6월부터 일부 보가 개방을 시작하면서 가장 오랜 기간 보 개방·모니터링 사업이 실시된 곳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충분한 모니터링을 했다"면서 지난 2월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해 세종·공주·죽산보는 철거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안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철거나 수문 상시 개방을 하면 수질이 더 개선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6월까지 이어진 보 개방·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수질 지표가 수문을 연 이후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번에 나온 보고서에는 아직 처리 방안이 결정 나지 않은 한강과 낙동강 보 중 개방한 8개 보의 모니터링 결과도 담겼다. 상주, 낙단, 구미 등 낙동강 상류 보의 경우 올해 1~2월 개방 기간 중 조류 농도가 예년 동기 대비 85~220%가량 상승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에 대해 "한 달 미만의 짧은 개방이 조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날씨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반 수질을 평가하는 5개 지표에 대해서는 보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했는데, 낙단보와 구미보의 경우에는 5개 지표 중 '인(燐) 함량'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증가했다.

한강 이포보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부분 개방 기간 동안 조류 농도가 예년 동기 대비 69.2% 증가했다. 일반 수질 평가 지표 5개도 이 기간 모두 악화됐다. 환경과학원은 이에 대해 "보 개방 초기 집중 강우 등의 영향으로 소폭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보 개방·모니터링 1주년 경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물 흐름이 회복돼 조류 농도가 감소하고 모래톱이 회복되는 등 자연성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수치가 오히려 오른 BOD, TP 등 일반수질 지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통상 수질 평가에 사용되는 지표인 COD, TN 수치는 공개하지도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정부가 4대강 반대론자들의 입맛에 맞는 자료만 골라서 발표하고 있다"며 "4대강의 수질 개선은 보 개방 여부가 아니라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 지천의 오염원 관리 여부에 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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