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의무자 조항이 복지 문턱 높여
1명이라도 월소득 238만원 넘으면 기초생활보장 혜택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최소 93만명
우리 정부는 소득과 재산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국민에게 최저생계비만큼 생계·주거·의료·교육 급여를 제공한다. 일명 '기초생활보장제도'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론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복지부는 2017년 빈곤층 실태조사를 벌인 뒤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면서 아무 혜택 못 받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93만명"이라고 추정했다. 취재팀이 만난 전문가들은 "그 뒤에도 이 수치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했다.
◇부양의무자 조항 등이 문턱 높여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조항'이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주범"이라고 했다. 현행법은 직계 1촌 혈족과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친다. 이 중에 월소득이 238만원 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부양의무자에게 부양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집 나간 남편, 연 끊긴 부모,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 자식 때문에 복지 혜택 못 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얘기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30대 싱글맘 오명희(가명)씨는 60대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이 끊겼다. 어머니의 소득(월 130만원)에 새아버지의 경비원 월급(월 150만원)등이 합산돼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넘긴 것이다.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도 허점투성이
복지부는 2015년 12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만들었다. 단전·단수·단가스·건보료 체납 등 29개 정보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찾아내는 전산망이다.
하지만 아직도 허점이 적지 않다. 매달 복지부 전산망에 걸리는 사람은 500만명 정도다. 복지부는 이 중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 사람 5만~8만명을 추려 두 달에 한 번씩 지자체에 명단을 건넨다. 복지부 실무자들은 "도움이 절박한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은데, 이 정도가 현재 행정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라고 했다. 서울 시내 주민센터 직원 여러 명은 취재팀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고독사 방지 업무까지 겸해, 내가 관리해야 할 사람이 지금도 월 수백 명"이라고 했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대통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금 퍼주기' 복지를 할 게 아니라, 최하층 복지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