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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선 앞두고 월가에 큰 선물 안긴 트럼프...美금융당국 '볼커룰' 완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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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규제 당국은 20일(현지 시각)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던 ‘볼커룰(Volcker Rule)’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 표심잡기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미 통화감독청(OCC)은 이날 볼커룰을 완화하는 최종 개정안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옐레나 맥윌리엄스 FDIC 의장은 "볼커룰은 금융 위기 이후 규제 당국과 금융업계에 가장 어려운 개혁 중 하나였다"며 "이 규제는 너무 복잡해 도입 이후에도 관련 문의가 계속됐다"고 이번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볼커룰은 미국 은행들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자본으로 주식·파생상품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오바마 정부때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제안으로 도입돼 2010년 7월 발효됐다.

조선일보

미국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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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묶인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모간 스탠리 등 월가 대형 은행들은 그간 미 행정부에 볼커룰 완화를 적극 로비했다. 결국 지난해 5월 볼커룰 규제 완화가 처음 추진됐다.

최종 개정안에 따라 대형 은행들은 60일 이내 보유한 단기 자산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당국에 입증할 필요가 없다. 대신 ‘일련의 구체적 검사’를 통해 거래 금지 여부를 결정한다.

은행의 거래 자본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거래 자본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미만인 소규모 은행들은 볼커룰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거래 자본이 1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들에는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규제 준수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맥윌리엄스 의장은 "이 개정안은 과도하게 투자하는 은행들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볼커룰에 명확성, 확실성, 객관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1일 정식 발효돼 1년 이후 실제 시행될 방침이다. FDIC와 OCC 이외에 볼커룰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다른 규제 당국도 조만간 이 개정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월가는 당국의 조치를 환영했다. 케빈 프로머 금융서비스포럼 인더스트리그룹 회장은 WSJ에 "이날 확정된 개정안은 미 의회와 규제 당국의 오랜 초당적 우려를 해결했다"며 "볼커룰은 너무 복잡해서 궁극적으로 투자자들과 저축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 FDIC 의장을 지낸 마틴 그루엔버그는 "완화된 볼커룰은 더이상 은행들의 투기적 독점 거래를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볼커룰의 적용을 받는 금융 자산이 2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 당국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월가 표심잡기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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