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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15세 딸에게 아버지 심폐소생 포기 각서 쓰게 한 정신병원... 인권위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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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딸에게 입원한 아버지의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를 받은 정신병원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조선일보

국가인권위원회. /조선DB


2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고 서울의 A 정신병원에 입원한 김모(49)씨는 "병원이 딸 김모(15)양에게 아버지가 심정지나 호흡곤란이 발생할 경우 사망해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라고 강요해, 딸이 심폐소생술 포기서에 서명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김씨는 또한 "병원장 B씨가 휴대폰 사용과 면회를 제한하고, 외부진료 요청을 묵살하고 자신을 부당하게 격리·강박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도 냈지만 병원이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병원측의 주장은 달랐다. 병원장 B씨는 "김씨가 심장에 이상이 있는데,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심근경색이 오더라도 즉시 치료할 수 없었다"며 "자녀들이 종합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이곳에 입원하길 원했고, 모친은 연락이 닿지 않아 심근경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명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격리·강박에 대해선 "공격적인 언행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김씨가 의사표현 능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생명 연장 결정은 개인의 인권으로, 미성년 자녀에게 심폐소생술 포기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한 일은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병원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응급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의무가 있음에도 미성년자에게 생명 연장처치를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며 "동의서 내용은 미성년자녀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줘 김씨와 자녀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다만 통신·면회제한은 적법절차로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병원장 B씨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관할 구청 등에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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