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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류시현의 톡톡톡] 자전거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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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햇빛이 뜨겁던 어느날, ‘개미 한 마리도 안보이네요’라며 SNS에 올린 친구의 한강 사진이 놀라웠습니다. 그나마 서울에서 에어콘 없이 시원할 수 있는 곳인데 날씨가 정말 뜨겁구나 하구요. 그랬던 한강이 제 모습을 찾은 듯합니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반포대교를 자전거로 넘다보니, 반포대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분수가 바람과 함께 그렇게 시원할 수 없더군요. 주말이면 선다는 야시장 낭만달빛마켓과 푸드트럭으로 그 주변은 인산인해까지는 아니어도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한강과 여름을 즐기러 나오셨더라구요.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시원해진 저녁공기를 가르며 자전거를 타러 나온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자전거타기 또한 우리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진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일단 자전거를 타기 전 헬멧, 장갑등의 보호장비는 필수입니다. 마치 우리 건강보험처럼 말이죠. 우리 인생을 살면서 여러 정보를 배우고 모으는 것처럼, 자전거에서도 속도계나 지도를 이용해 정보를 모으고 갈 길을 정하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바로 앞을 바라보기보다는 좀 멀리 전방을 바라보는 게 좋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리 대처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 역시 우리가 살면서 근시안적인 사고보다는 앞을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한다 뭐 그러잖아요.

자전거를 탈 때 물론 바람이 없는 날이 편하긴 합니다. 저항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뒷바람의 매력은ㅎㅎㅎ 공짜로 타는 느낌이랄까요. 제 실력보다, 페달링에 들인 힘보다 속도가 더 잘 나오기 때문에 진짜 신납니다. 물론 뒷바람이 셀수록 더 신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맞바람은 강할수록 죽을 맛입니다. 제가 한번은 비바람 속에서 맞바람 뒷바람 차이로 시속 20㎞이상 차이나본 적이 있는데요. 자전거 타보신 분은 제 맘을 이해하실 겁니다.

이 맞바람, 뒷바람 같은 것이 오르막 내리막인데요. 참 신기한 것은 어떤 길도 오르막만 있는 길이나, 뒷바람만 있는 길은 없더라는 겁니다. 오르막을 지나고 나면 보상처럼 내리막이 나타나니 말입니다. 우리 인생의 업다운과 참 비슷하죠. 그래서 저는 왕복코스를 갈 때 가능하면 꼭 맞바람에서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지쳤을 때 뒷바람의 도움을 받는 게 나으니까 말입니다. 젊을 때는 고생 좀 더 하더라도 말년 좋은 게 좋다면서요. 혹시나 지금 이순간 인생의 오르막을 오르는 고통중이시라면 조금만 더 힘내세요. 이제 곧 뒷바람이 나타날겁니다.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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