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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학재단 공사 몰아주기 여전…"허술한 법망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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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건설업 외에 창원 웅동학원 이사장을 지내셨다. 1995년 웅동중학교 건물이 너무 낡고 불편해 웅동학원이 갖고있던 새로운 부지로 학교를 옮기게 됐다. 원래 부지를 담보로 동남은행에 30억원을 빌려 공사대금으로 사용했다. 공사비만 50억원이 넘었고, 토목 공사비로만 20억~30억원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 입찰을 거쳐 고려종합건설(아버지가 대표)이 수주를 했고, 고려시티개발(아들이 대표)을 포함해 여러 업체가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동생이며 1996년 당시 웅동중 교사(校舍) 신축 공사 사업의 하도급 업체인 고려시티개발 대표였던 조 모씨가 지난 20일 앞서 제기된 조 씨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내놓은 해명의 일부다.

임의로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위법적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 절차를 거쳐 부친이 운영한 고려종합건설이 공사권을 따낸 것이라, 합법적 절차를 거쳤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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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 절차를 거쳐 따낸 것이 사실이라면 불법 논란에서는 벗어난다. 하지만 조 후보자 일가가 운영한 사학재단의 중학교 건물 신축 공사권이 부자 간이 각각 대표로 있는 업체가 쥐게 된 점, 해당 회사가 1년뒤 부도를 맞은 대목 등이 진정 객관적이고 투명한 입찰 경쟁을 거쳤을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더구나 경상남도교육청 측에선 "당시 공사 계약 방식에 관한 서류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확인이 안 된다"고 확인해줬다.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만약 해당 사업 수주 방식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면 불법적 부당거래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계약이라는 게 교육청과 건설업계의 얘기다.

수서경찰서는 지난 달 29일 서울 송파구 한 고등학교 벽돌 보수공사 사업을 맡은 A업체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한 사립고등학교의 벽돌 보수공사 계약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민원이 들어와 조사에 나섰다. 학교와 A업체는 2015년 12월 벽돌 보수공사 계약을 맺었는데 A업체는 한 달 뒤 B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다시 맺고 A업체는 부대공사인 가설공사만 시공하고 주된 보수공사는 B업체가 맡았다. 전체 공사 계약 규모는 2억6895만원이고 이 중 74%인 1억9933만8500원이 하도급액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건설업자는 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월 학교 측에 관계자에 대한 경고조치를 요구하고 하도급을 수행한 A업체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사립학교의 공사 계약을 둘러싼 잡음과 부당거래 정황들을 오래 전부터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과거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감사원은 2개 학교법인 이사장, 직원 등 4명이 미등록업체와 부당 수의계약을 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고, 허위 공사계약을 체결해 공사비를 빼돌리는 등 부정행위 적발된 사례가 있다. 2008년에도 한 중학교가 실내체육관 건축 보조금 받아 기숙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사업계획을 임의 변경하고, 기숙사를 법인 고등학교 교장의 사택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지원받은 사립학교는 국가계약법을 적용받는다. 추정가격 2000만원 이상 공사는 전자입찰(G2B·지정정보처리장치) 대상이다. 하지만 이를 교묘히 피한 분할 수의계약 발주, 특정업체와의 유착, 공사비의 과다계상 등 불법행위가 교육청이나 감사원을 통해 사후에 적발되는 일이 잇따랐다. 사립학교에 대한 허술한 감시체계와 법망이 불법적 관행을 키워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경우, 지방계약법이 아닌 ‘국가계약법’을 준용하는데, 국가계약법에는 툭수 관계인에 대한 계약 금지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면서 "사립학교 관련 법이 애매해 해석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이 탓에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사립학교 계약 규칙 내 직영공사 조항은 ‘법인과 학교의 각종 공사는 법인 이사장과 학교장의 결정에 따라 직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립자가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경우 직접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립학교 신축 공사 및 교육기관의 불법 수의계약 등 부당거래 사례가 과거처럼 크게 부각되지는 않고 있다. 감시 체계가 강화된 데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교사 신설과 같은 수십억원대 공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교육부와 경남도교육청 등 관계부처 설명에 따르면, 현행법상 2000만원 이하 공사 등은 1인 견적(최저가 낙찰제)이 가능하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종합공사는 2억원 이하, △전문공사는 1억원 이하, △전기, 통신, 소방, 문화재수리공사 8000만원 이하, △물품 및 용역은 5000만원 이하의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 있으나, 견적제출업체수가 2곳 이상이여야 하며, 조달청 나라장터시스템에 견적 제출 의무가 있다.

사립학교 관련 공사 역시 국가계약법을 따른며, 해당 법은 원도급 업체와의 계약에만 적용된다. 웅동중학교 교사 신축 공사 사업 수주시점인 1996년 당시 법은 추정금액 5000만원 이하의 공사만 수의계약이 가능했다.

현재 국·공립학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 등에 따라 배우자, 직계존·비속,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등의 관계에 있는 사업자 및 법인 등 특수관계와 영리 목적으로 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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