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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김광일의 입] 조국씨 ‘금수저 딸’, 청년층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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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남의 자식 얘기를 안 하려고 했다.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도둑질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백번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아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라면, 더구나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법을 다루는 법무장관 후보자라면, 그런 사사로운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되겠다, 싶다. 전 청와대 민정수석, 법무장관 후보자, 조국씨의 딸 얘기다.

●두 가지로 나눠서 정리를 해본다. 하나는 이 딸아이가 썼다는 ‘논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 아이가 받은 ‘장학금’ 얘기다. 우선 논문부터 본다. 조국씨 딸은 한영외고 2학년 때 천안에 있는 단국대 의과학 연구소에 2주 동안 인턴을 한다. 의대 교수들, 그리고 석·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 6명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전문 영역 프로젝트에 고교 2학년 아이가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것부터 아리송하다. 논문 제목이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다. 소아 병리학 관련 논문으로, 신생아 혈액 시료를 채취 분석해서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으로 학술지에 실릴 만큼 전문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조국씨 딸아이는 이 논문 내용을 둘째 치고 논문 제목부터 이해했을까. 단순 심부름 말고 이 아이가 의학 전문 연구에 무슨 역할을 했을까, 상상이 안 간다.

●조국씨 딸아이는 이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다. 딸아이는 단국대 의대 연구소 A교수 아래에서 인턴을 했다고 하는데, 이 교수는 조국씨의 부인인 정경심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의 개인적인 요청으로 인턴을 했다고 한다. 그뒤 이 연구소에는 지난 11년 동안 이런 인턴십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조국씨의 딸아이를 위한 일이었던 셈이다. 이걸 갖고 조국 씨의 딸아이는 고려대에 입학을 하게 되는데, 처음에 법무부와 고려대는 "(그런) 연구 활동 내역을 평가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고려대 측은 뒤늦게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단국대는 지금 면밀한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 조국 씨 딸아이는 논문에 자신의 소속을 ‘의과학연구소’로 기재했지만, 알아보니 조국씨 딸아이는 ‘어떤 형태로도 등록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세계일보)는 것이다. "(조국씨의 딸아이는) 의과학연구소 전산망에 인턴으로 등록되지 않아 이전에도, 지금도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마디로 ‘유령 저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부당한 저자 표시’로서 매우 부도덕한 행위다. 조국씨 딸이 한영외고 2학년 학생으로 참여한 인턴십은 단국대 대학병원 차원의 공식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국대 A교수 개인이 진행한 비공식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지금 단국대는 A교수를 불러다 자세한 경과를 조사해야 할 것 같다. 조국씨의 부인과 아는 사이인 A교수가 오로지 조국씨 딸아이의 대학입학 스펙을 만들어주려고 논문 저자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사기 때문이다.

●조국 씨 딸아이는 한영외고 3학년 때 공주대 생명과학과에서 3주 가량 인턴을 하고, 국제조류학회 논문 발표 초록에 제3저자로 등재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조국씨 부인은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양대 영문과 교수인 조국씨 부인은 단국대와 공주대를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씨 딸아이는 또 한영외고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즉 문과생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교수의 지도로 한국물리학회에서 주는 물리캠프 장려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과제는 ‘나비의 날개에서 발견한 광자 결정 구조의 제작 및 측정’이다. 지도교수는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다. 당시 조국씨는 서울대 법대 교수였기 때문에 이 일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리하면, 조국씨 딸은 단국대 공주대 논문 2개, 물리학회 장려상, 이런 스펙을 갖고 고려대에 입학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장학금이다. 조국씨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번이나 낙제를 했는데도 3년 6학기 동안 내리 1200만원 장학금을 받았다. 오늘 추가로 드러난 사실은,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기 전에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다녔는데, 두 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총동창회가 운영하는 장학 재단인 ‘관악회’에서 1학기 전액 장학금 401만원, 2학기 전액 장학금 401만원, 모두 802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장학생이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다음 날 학교를 그만뒀다. 매우 부도덕한 일이다.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늘 중앙일보 1면 제목은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조국 딸 ‘금수저 전형’ ’, 동아일보 1면 제목은 ‘조국 딸 ‘논문 1저자’ 파문, 청년층 분노 확산’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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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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