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만나 35분 회담
고노 "대화 계속하려 한다"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3국 회담을 마친 뒤 한일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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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연장 여부 결정을 사흘 앞두고 양국의 외교 수장이 만났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및 강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근교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과 만나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에서 제외한 조치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한ㆍ일ㆍ중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성사됐고,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35분 동안 진행됐다.
강 장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수출 규제 당국 간의 대화가 조속히 성사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외교 당국이 가능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도 강조했다. 회담 중 지소미아와 관련한 논의도 이뤄졌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고노 외상이 먼저 제기했고, 강 장관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24일까지 어느 한 쪽이 파기를 통보하지 않으면 지소미아는 자동 연장된다.
고노 외상은 회담 뒤 자국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가 회담 의제로 올랐으나,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소미아는 미ㆍ일 및 한ㆍ미ㆍ일 간의 매우 중요한 (안보 협력)틀이라고 생각하며, 제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일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외상은 또 양국 수출 규제 당국 간 대화 필요성에 대해 “(일본)경제산업성도 조건이 갖춰지면 이야기하자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이 문제는 수출 관리 당국 간에 맡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의 회담은 정부의 지소미아 관련 결정 전 한ㆍ일 고위 당국자가 직접 만나는 마지막 협의 기회로 주목받았지만 고노 장관이 실질적 변화 카드를 들고 오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일본의 화이트 국가 결정 전날인 지난 1일에도 태국 방콕에서 만나 회담했지만, 냉랑한 분위기에서 간극만 확인했다. 단 강 장관은 당시 "한·일 안보 틀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공개 시사했지만 이번엔 공개 발언 수위는 냉정함을 유지했다.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기존의 평행선만 확인했다. 정부는 이미 제안한 ‘1+1’(한ㆍ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 출연) 방안을 토대로 협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고, 일본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니 새로운 안을 내놓으라며 한국에 공을 넘기고 있다. 고노 외상은 회담 뒤에도 “강 장관을 만나 한ㆍ일 간 최대 우려 사항인 징용문제에 대해 한국 측의 대응을 제대로 요구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고노 외상이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강 장관은 기존의 우리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강 장관은 오염수 해양 방출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데 대한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전달하고, 일본 정부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고노 외상은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본질적 진전 여부를 떠나 외교 당국 간 대화를 복원시킨 것 자체는 의미가 있고, 앞으로 수출 규제 당국 간 대화도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외교장관 간, 외교 당국 간에 매우 긴밀하게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크게 전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제대로 연계해 대화를 계속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ㆍ도쿄=유상철ㆍ윤설영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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