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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석탄업계가 실용성 떨어지는 탄소 포집 기술에 돈을 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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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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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 대응이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하면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석탄화력발전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독일은 지난 1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독일 내 석탄화력발전소 84개 전부를 2038년까지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도 2025년까지 현재 남아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7개를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호주 석탄업계가 탄소 포집(Carbon Capture) 기술 홍보에 400만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호주 주요 석탄업체들의 단체인 ‘석탄21’이 최근 ‘더러운 연료’로 낙인 찍힌 석탄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석탄21’은 400만달러를 투입해 TV, 소셜미디어, 라디오, 출판매체 등에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탄소 포집 기술을 사용하면 석탄확력발전을 보다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탄소 포집 저장이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배출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압축·액상화한 다음 지하 저장시설에 저장하거나 다른 화학물질 또는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1990년대에 기술이 개발됐지만 탄소 저감 효과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탄소 포집 기술을 대규모 사용하는 곳은 13억달러가 투입된 캐나다 바운더리댐 석탄화력발전소와 10억달러가 투입된 미국 텍사스주 톰슨의 페트라노바 석탄화력발전소 두 곳뿐이다. 발전소 측은 최대 90%의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 경제 및 금융 분석 연구소의 데이비드 슐리셀은 실제 저감량이 배출량의 50%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비용도 문제다. 슐리셀은 미국의 평균적인 석탄화력발전소에 탄소 포집 기술을 적용하자면 태양열 발전보다 거의 4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전체 에너지의 40%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중국의 경우 가동을 시작했거나 계획 중인 탄소 포집 시설 7곳의 저감량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석탄업계가 탄소 포집 기술 홍보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것은 석탄업계의 절박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탄업계는 석탄을 버리라는 투자자들의 압력과 석탄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다.

호주 기업책임센터 대표 브린 오브라이언은 파이낸셜타임스에 “깨끗한 석탄이란 없다. 석탄에 의존하면서 살 만한 지구를 만들 수는 없다”면서 “석탄업계는 실존적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살아 남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 수석 활동가 라우리 밀리비르타는 “석탄업계가 열을 올리는 이유는 투자자들에게 석탄이 오늘날처럼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여기는 시대에도 여전히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강화되는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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