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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설왕설래] 2030세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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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헬조선. 지옥 같은 한국사회를 뜻하는 신조어다. 좌절한 젊은 세대의 박탈감이 녹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창 유행했다. 자고 나면 신문과 인터넷을 도배질했다. 지금은 사그라들었다. 그 말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왜 사그라졌을까. 헬조선이 ‘헤븐조선’, ‘파라다이스조선’으로 바뀐 것도 아니지 않은가. 7월 청년실업률 9.8%. 7월 시계열로 따지면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다. 청년 실질실업률 23.8%.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백수다.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다. 경제난에 너도나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니 그렇다. 취직 못한 청년은 부모님 보기가 미안하고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하러 달려간다. 그마저 하늘의 별 따기다. 최저임금 충격에 사람 쓰기를 주저하니. 고통은 더 심해졌다.

‘헬조선’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정치를 잘해서일까, 나라 안팎이 소란해 푸념을 늘어놓을 짬이 없기 때문일까.

집에 돌아온 아이가 대뜸 말했다. “어째 이 모양이야…. 정유라는 아무것도 아니야!”

무엇을 말하려는지 선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말인즉 이렇다. 최순실 딸 정유라는 체육특기생의 문제이지만, 조씨의 딸은 외고 낙방한 아이들, 좋은 대학 가지 못한 아이들, 의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가지 못한 사람들, 장학금 못 받은 학생들… 모두를 분노케 하는 사달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봤다. 비난과 원성의 글이 가득하다. 그중 하나, “자식 입에 금수저를 물리자고 했으면 본인 입이나 다물든지….” 이어지는 말은 워낙 험해 생략한다. 외고도, 대학도, 의전원도 필기시험 한 번 치르지 않고 들어간 조씨의 딸. 단국대 교수는 외고 2년생을 대한병리학회지 논문 제1 저자로 만들고, 의전원에서는 낙제를 해도 장학금을 주고…. ‘법을 수호하는’ 법무부와 ‘사학명문’ 고려대는 거짓말로 실상을 감추고자 했다. 웅동학원 의혹, 사모펀드 의혹….

2030세대는 분노한다. 화를 내는 것은 그들뿐일까. 왜 분노할까. “민주를 외치던 자가 표리부동한 몰염치로 정의를 농락한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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