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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한·일 외교장관 담판 ‘빈손’, 장기전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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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일 외교장관의 베이징 담판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어제 회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등 현안을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담판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고노 외무상은 그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한국 측이 대응해야 관계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김을 뺀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피해자와 양국 국민의 공감대가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기업이 기금을 조성하는 ‘1+1’안 이외에도 여러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대화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일본에 공이 넘어갔다”고 했다. 양국 간 불신·불통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러니 베이징 담판은 겉돌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 장관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의 부당성을 따지며 조속한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본다는 이유를 들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재검토 의사도 밝혔다. 고노 외무상은 강제동원 판결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한국 측의 시정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양국이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3국 협력이 양자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고 올해 말 3국 정상회의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부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일본이 강제동원 판결을 빌미로 가한 경제보복 조치는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여러 보상 방안을 논의하자고 해도 일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일본이 미국의 묵인하에 반도체 등 한국의 핵심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아시아 패권국가로 나아가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본의 대응수위에 맞춘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양국은 외교적 대화로 확전을 피하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길 바란다. 외교 당국 간 대화를 복원시킨 만큼 10월 말 일왕 즉위식을 앞두고 주요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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