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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현장에서] 금감원, DLS문제 11개월 전 예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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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위험한 상품이라 암행점검

우리·하나은행 60점안팎 낙제점

사후 점검, 문제된 사모펀드 빠져

“손실 우려 5월에도 버젓이 판매”

중앙일보

염지현 금융팀 기자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후폭풍이 거세다. 다음 달 중순부터 이어지는 만기를 앞두고 3600명 상당의 개인투자자는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은 해당 상품의 판매은행과 상품을 설계한 증권사 등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데 금감원도 책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부터 금융사의 DLS 판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파생결합상품이 워낙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투자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일년에 한번씩 판매사를 불시에 점검한다. 바로 ‘미스터리 쇼핑’이다. 금감원 조사원이 실제 고객처럼 가장해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한 뒤 직원이 금융상품 판매절차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금감원이 발표한 미스터리 쇼핑 결과 은행(14곳)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64점에 불과했다. 83.9점을 기록한 증권사(15곳)와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S를 주로 판매한 우리은행은 ‘미흡(60점대)’ 등급을, 하나은행은 금융사 가운데 가장 낮은 ‘저조(60점 미만)’ 등급을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종합평가 등급이 낮은 두 은행에 판매관행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분기별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그때 밝힌 대로만 제대로 관리·감독했다면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금융사에 개선계획을 받았고 4월과 7월 두 차례 이행실적을 서면으로 보고 받았다”면서 “다만 미스터리 쇼핑은 이번 문제가 된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형이 대상이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 금융사 창구에서 금리 연계형 DLS를 팔았다는 점에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DLS 판매 행태의 문제점을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

당국이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감독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사가 판매한 DLS 상품은 해외 국채 10년물 채권 금리 인상에 베팅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해외 주요국 채권금리는 줄줄이 급락했다. 지난 5월이후 채권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든 무렵에도 일부 금융사에선 여전히 ‘(금리가) 더 떨어지진 않는다’며 DLS 상품을 팔았다는 게 투자자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전문가는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상당수 채권 전문가도 예상치 못한 급락”이었다며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격화된 5월 이후에는 확실히 채권 금리는 인하로 방향을 틀었다. 단정적으로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고 투자하는 건 위험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위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금융사도 문제지만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당국도 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2014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건부터 2015년 홍콩 H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수익률이 고꾸라진 ‘ELS’ 사태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늘 뒷수습에 급급한 모습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은 소비자 보호 강화였다. 10년전 키코사태까지 다시 들여보는 금감원이 정작 현재 눈앞에 벌어진 소비자 피해는 지키지 못한 셈이다.

염지현 금융팀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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