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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오래 전 ‘이날’]8월22일 은행 현금수송차 또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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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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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수송차량 으로 현금다발을 옮기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9년 8월22일 은행 현금수송차 또 털렸다

요새는 뜸하지만 예전에는 은행 현금수송차 강도사건이 꽤 잦았습니다. 기가 막힌 작전으로 현금수송차량을 털어가는 범죄물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20년전 오늘, 경향신문엔 “현금수송차가 또 털렸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날 다룬 일단 현금수송차 강도사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후 5시쯤 경기도 부천시 사료공장 앞길에서 승용차 2대를 이용한 ‘떼강도’가 농협의 현금수송차량(스텔라 승용차)를 덮쳤습니다. 현금수송차량이 신호대기를 위해 속도를 줄인 순간, 승용차 한대는 이 차량의 앞을 막고, 나머지 한대는 뒤를 막아서 세우게 했습니다. 강도들은 쇠망치와 벽돌, 각목으로 운전석 유리창과 옆문·뒷문 유리창을 때려 부수고 운전사와 농협직원을 가스총을 쏴 실신시켰다고 합니다. 그 다음 현금과 수표 6600여만원을 빼 내 유유히 사라졌다는 겁니다.

사실 이 현금수송차량에는 운전사옆자리 의자 밑에 약 1억원이 더 있었는데 강도들은 이 돈은 확인하지 못해 ‘무사’했다고 하네요. 경찰은 사건발생 30분 뒤 현장에서 1㎞떨어진 곳에서 범행에 사용됐던 승용차 ‘소나타’를 발견합니다. (아래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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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당시에 은행 강도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경향신문은 이날 농협 현금수송차 탈취 보도 외에 해설·분석 기사를 별도로 게재했습니다. 농협 현금수송차 사건이 벌어지기 나흘 전인 17일에는 중소기업은행 춘천지점에서 17억원을 도난당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비슷한 시점에 농협공주지부에서도 6억9000만원을 탈취당했고요. 잇딴 은행강도 사건의 문제점과 대책을 짚은 기사의 제목은 <순찰소홀·경기경찰 요청 안해 화 자초…금고 잠금장치·비상벨 정비 시급>. 이 기사는 “일련의 사건에서 범인들은 은행금고이든 백주대로상이든 가리지 않고 돈을 털어간 반면 시민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보관해야할 금융기관들은 대책을 소홀히 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대책을 열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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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기사를 통해 경향신문이 촉구한 대책은 대강 이렇습니다. 일단 은행들은 거액의 현금을 수송할 때 경찰에게 경비를 요청해야 합니다. 하지만 은행들의 태도는 안이하다고 하네요. 이 기사는 “은행 측은 번거롭다 또는 하루몇번씩 수송할 때마다 경비를 요청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변명하고 있지만 이때문에 조직화·기동화된 범인들에게는 무방비상태”라고 지적합니다. “공주나 부천 현금차량수송에서도 농협 측은 경찰의 경비를 요청하지 않아 경찰의 원망을 받았다”고 합니다. (‘원망을 받았다’는 표현이 재밌습니다.)

기사는 은행 내부의 경비·순찰과 ‘경찰 신고’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춘천에서 있었던 금고 강도사건의 경우 강도들이 사흘에 걸쳐 은행 외벽에 구멍을 뚫어 현금을 털어갔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곳의 은행금고는 청원경찰, 비상벨장치 등이 완비돼 있었던 곳. 하지만 ‘방어장치’가 있어도 제대로 안쓰면 무소용입니다. 금고 곁 ‘다이얼식 열쇠’가 잠겨있지 않았고, ‘내문’도 허술하게 관리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외벽에서 벽뚫는 은행강도가 유행이었던 걸까요. 기업은행 안양 관양동지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벽을 뚫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상업은행 창동 지점에서도 벽이 뚫려 1억6000만원을 탈취당했고요. 그런데 은행들은 일단 ‘쉬쉬’하면서 사건을 숨기려 했다고 하네요.

당시 경찰서가 추산하는 은행금고털이·현금수송차 절도단은 약 400여명. 보통 3~4명이 한팀으로 움직이면서 범행을 벌였다고 합니다.

은행 강도사건은 21세기에도 종종 벌어지기는 했습니다만 ‘현금없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금을 털어가는’ 수법은 점차 사라졌지요. ‘털이’보다는 일반인은 잘 이해 못할 고위험의 금융상품으로 손해를 입는 식의 사건이 더 많아졌습니다. 10여년 전의 키코 사태가 대표적이지요. 최근 벌어진 ‘DLS(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DLS 손실 사태가 벌어지기 약 4개월 전부터 한 은행에선 직원들이 먼저 거액의 손실 가능성을 우려해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은행 측은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합니다. 그저 ‘수수료 장사’만 신경썼기 때문입니다. DLS 상품 같이 초고위험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한 자체가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옵니다.

1989년 8월22일 경향신문은 잇딴 은행절도 사건을 다루면서 “금융기관의 신뢰”를 강조했습니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은행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신뢰’인 점은 지금도 똑같습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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