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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재일조선인 3세 량영성씨 "일본 정치세력이 혐한·식민주의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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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량영성씨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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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구니타치시 히토쓰바시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재일조선인 학생이 교수에게 반년 가까이 혐오 발언을 들었다며 ‘인종 차별 금지 조례’를 근거로 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혐오 표현을 들은 학생은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산처럼)로 한국에도 알려진 반인종주의 활동가 재일조선인 3세 량영성씨(37·사진)다. 량씨는 일본 내 ‘혐한(한국이나 한국인을 혐오하는 행위)’ 정서가 커진다며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사례를 금지할 수 있는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량씨는 21일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5~6월 사이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조교수가 내가 없는 수업에서 ‘(량영성은) 병신이야, 그는 대부분의 코리안처럼 미쳐 있다’고 했다”며 “‘재일코리안’(남북한 국적 포함)한국을 ‘빠가촌(バカチョン)’으로 지칭하거나 ‘Gook(국)’이라고 말하는 등 혐오 표현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에서 동양인을 혐오할 때 쓰는 ‘Gook’이나 바보라는 뜻의 ‘빠가(バカ)’와 어리석은 사람 혹은 조선 민족에 대한 차별어로 쓰이는 ‘촌(チョン)’을 합해 ‘빠가촌’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량씨는 “일본에선 2005년 <만화 혐한류> 이후 ‘화병(火病)’이 코리안에 대한 차별어로 매우 광범위하고 뿌리 깊게 유포돼 있다”며 “교수가 ‘화병’이라는 차별을 알고 있으면서 코리안은 미쳤다고 말한 것은 악질”이라고 했다. <만화 혐한류>는 한국인을 비하하며 “한국인 특유의 정신질환 ‘화병’이란 무엇인가”라는 대목을 삽입했다.

량씨는 “교수의 혐오 발언을 학교에 알렸지만 대응이 없었다”며 “이달 1일 구니타치시 정부에 인종 차별 금지 조례를 근거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엔 혐오 발언이 거리 등에서 공공연하게 발화되고 있다. 량씨는 “2013년쯤부터 ‘혐한’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조선인을 죽이자’라고 큰소리로 외치면서 시위할 때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재일코리안에 대한 차별은 식민주의를 재생산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량씨는 최근 혐한이 급증하는 이유로 ‘정치 공간에서 온 위로부터의 차별 선동’을 꼽았다.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와 혐한 등은 정치 세력의 혐오 선동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량씨는 “최근 사태 때문에 공포를 느낀다. 재일코리안에 대한 헤이트 크라임이 빈발하는 것이 두렵다”며 “한·일 관계가 악화할 때나 일본 정부나 정치가가 혐한 언행을 유포할 때 민족차별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량씨는 일본 내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재일코리안 및 외국인에 대한 반인종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량씨는 “한국 정부도 일본 정부가 재일코리안을 비롯해 외국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gn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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