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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노랑할미새는 왜 쉬지 않고 꼬리를 깝죽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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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

수련 연못 독차지한 여름 철새…곤충 내몰기, 포식자에 과시 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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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국립수목원) 연못이 수련으로 뒤덮였다. 이곳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터줏대감 노랑할미새가 있다. 오늘도 쉬지 않고 사냥에 열중한다. 번식 시기다. 이미 둥지를 떠난 새끼들까지 모두 모여 분주하다. 물가를 좋아하는 노랑할미새가 수련 잎을 발판 삼아 날고 걸으며 수련 잎에 붙은 애벌레와 곤충을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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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하게 오가는 관람객들 때문에 방해를 받으면 눈치를 살피며 다른 곳으로 재빨리 날아갔다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수련이 가득 찬 연못은 노랑할미새의 앞마당이자 잔칫상이다. 예전엔 개울에 나가면 할미새를 흔히 만날 수 있었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할미새 과의 새들은 꼬리를 아래위로 쉬지 않고 흔들어 아주 번잡하게 보이기도 한다. 노랑할미새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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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할미새는 산과 들의 물이 흐르는 개울을 좋아하고, 개울 근처의 인공 석축 구멍이나 인가의 지붕 틈, 암벽 사이를 이용해 둥지를 튼다. 둥지는 이끼, 마른 풀잎, 가는 나무뿌리 등으로 만들고 안에 동물의 털을 깐다. 필자가 어릴 때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할미새를 보고 깝죽대며 걸어 다니는 모양이라 동네 아이들과 함께 ‘깝죽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땅바닥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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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늘어나는 알을 보았고, 알을 품을 때는 가까이 가서 봐도 웬만하면 날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빤히 쳐다보곤 하였다. 알을 포기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4~6개의 알을 낳고 13일이면 부화한다. 13~14일이 지나면 자라서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때까치나 어치, 맹금류처럼 할미새도 꺼내다 길러보기도 했지만 기르기가 힘들고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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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새들은 땅에서 많이 걷고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대며 날개 깃을 가끔 펼친다. 불필요한 동작을 할 리가 없으니 무언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은 곤충들이 빠른 걸음과 꼬리 흔들림에 놀라서 움직일 때 사냥을 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조류학자들도 이런 행동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벌레를 쫓는 행동이라는 설이 가장 인기 있지만 그 밖에도 복종의 표시라는 주장, 포식자에게 자신이 활기 차다는(그러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먹잇감을 찾는 게 좋을 거라고 과시하는) 행동이라는 가설도 있다. 독일에서 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깃털을 고를 때도 꼬리를 흔들고, 먹이를 쪼는 횟수와 꼬리 흔들기가 관련이 없다며 먹이를 모는 행동이 아니라 포식자에게 보내는 과시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아직 논란은 계속되고, 더구나 노랑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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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가 지나면 호수나 물이 많은 개울에서 노랑할미새가 서식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물가에는 노랑할미새 먹이인 수생곤충이 많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주변은 노랑할미새가 서식하고 번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노랑할미새가 그냥 지나칠 일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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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새호리기가 하늘 위를 맴돌면 노랑할미새들은 기겁을 하며 나무숲으로 재빨리 숨는다. 긴장감이 돈다. 노랑할미새들은 새호리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연못으로 나와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노랑할미새는 전국에 걸쳐 흔하게 번식하는 여름 철새며, 나그네새이기도 하다. 적은 수가 한반도 중부, 남부, 제주도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3월 중순부터 도래해 전국에서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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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할미새의 몸길이는 약 18㎝다. 몸 윗면은 회색이다. 날갯깃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셋째 날갯깃 가장자리가 흰색이다. 다리는 연한 주황색으로 다른 할미새류의 검은색과 차이가 있다. 수컷의 여름 깃 눈썹 선과 턱선은 흰색으로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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멱은 검은색, 몸 아랫면은 노란색이며 옆구리는 흰색이다. 암컷은 수컷과 비슷하지만, 멱이 흰색이며 몸 아랫면의 노란색이 더 흐리다. 드물게 멱이 수컷과 비슷한 검은색 바탕에 흰색 깃이 섞여 있는 개체도 있다. 수컷의 겨울 깃은 암컷과 같이 멱이 흰색으로 변해 겨울에는 암수 구별이 어렵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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