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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70년 한 이제야" 형사보상 받게 된 4·3 생존수형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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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문 받고 환한 미소…도민연대 "국가배상 청구와 2차 재심도 준비 중"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오늘에야 한이 조금 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양근방 할아버지)

"고생한 걸 돈으로 완전히 해결하긴 힘들죠. 그래도 2년 동안 여러분이 애써주셔서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종이(형사보상 결정문)를 받게 돼 반갑고 감사합니다."(김평국 할머니)

연합뉴스

"70년 맺힌 한 이제야 풀엄수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4·3 수형 피해자들이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서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1일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에게 총 53억 4천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2019.8.22 atoz@yna.co.kr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는 앞서 올해 1월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통해 사실상 무죄를 인정하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전날(21일) 형사보상 결정까지 받은 제주4·3 생존 수형인 또는 자녀들이 모여 변호사로부터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문을 전달받았다.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 모인 고령의 수형 피해자들이 '70년 맺힌 한 이제사 풀엄수다(이제야 풉니다)'라고 적힌 현수막 뒤에 모여서 저마다 받은 형사보상 결정문을 취재진 앞에 들어 보이며 환한 미소를 짓자 주변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공소기각 판결 3주 만에 별세한 아버지 대신 법원을 찾은 현창용 할아버지의 아들(40)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 이 돈으로 병원비라도 좀 쓰고 돌아가셨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라며 "그래도 의식 있을 때 무죄 소식 듣고 돌아가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1일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에게 총 53억 4천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구금 일수에 따라 1인당 최저 약 8천만원, 최고 약 14억7천만원이다.

재판부는 "4·3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대부분 청구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애초 지난 2월 22일 이들 18명이 청구한 형사보상금 규모는 총 53억5천748만4천원으로 이번에 법원이 결정한 금액과 비슷하다.

연합뉴스

형사보상 결정문 받는 제주4·3 수형 피해자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22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제주4·3 수형 피해자들이 변호사에게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문을 받고 있다. 앞서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1일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에게 총 53억 4천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2019.8.22 atoz@yna.co.kr



수형인 재판을 이끌어온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형사보상 판결은 향후 4·3 해결의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민연대는 "이번 형사보상 결정 전 제시된 의견서에서 '청구 사유가 법이 정하는 요건을 갖췄고, 보상청구액도 수긍된다'는 검찰의 전향적인 자세를 주목하고 환영하며, 형사보상 결정을 내린 법원의 취지 역시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민연대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4·3 당시 초법적인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법적인 사죄를 결정한 것"이라며 "4·3 당시 도민에게 부당하게 행사된 국가공권력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 71년 만에 사법 정의를 곧게 실현한 사법부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수형인 재판을 맡아온 임재성 변호사는 "형사보상은 억울한 수감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여기에는 억울한 재판, 수사 과정에서의 고문, 전과자 낙인 속에 살아온 기간에 대한 위자료나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도민연대와 논의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동윤 도민연대 대표는 "수형인들이 모두 고령인 만큼 가급적 빨리 준비해 이르면 9∼10월께 국가배상 청구를 하고, 수형인 8명에 대한 2차 재심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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