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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DLS 상품들 적합한 판매절차 거쳤나…위험성 과소평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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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이익 높여야 한다는 목적에 위험 안고서 판매촉진나서"

당국 합동조사서 고위험 상품 판매과정의 적정성·적합성 짚어야

세계파이낸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 오현승 기자] 주요국 금리에 연계한 파생결합상품(DLS·DLF)에서 큰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상품들이 적합한 절차를 거쳐 판매됐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은행 내 상품위원회에서 글로벌 경기인식을 제대로 못한 채 위험을 과소평가했거나 수익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판매를 촉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앞으로 은행권에서 고위험의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할 때 절차의 적정성 등을 중점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험도가 높고 (시중금리에 견줘)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자체를 두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긴 어렵다"면서 "하지만 위험의 크기에 비례해 판매가 적합하게 이뤄졌는지는 반드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투자자의 자산관리 측면에서 고위험 자산을 일부 편입하는 식으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과 저위험·안정적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에게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라고 권유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봤다. 즉 은행이 소비자의 자산관리 관점에서 상품을 판매했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알고서도 이와 배치되는 상품을 파는 건 안 된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이어 "DLS·DLF 취급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당국의 조사에서도 투자자의 자산관리 관점에서 적정성 및 적합성을 갖고 판매가 이뤄졌는지 짚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상품설계가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을 은행권에서 쉽게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금융공학에 따라 설계된 파생상품에 불법적·사기적 요소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금융투자업권의 위험상품을 은행 채널에서 무차별적으로 부실하게 판매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7일 기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 및 영국·미국CMS금리 연계상품은 7889억 원(잔액기준) 판매됐는데, 현 금리 수준이 만기시점까지 유지될 경우 예상손실률은 56.2~95.1%에 이른다.

조 대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관련,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투자자가 입증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며 "판매 과정에서의 정황을 함께 고려해 금융사의 책임 비중을 높이는 식의 대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장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여부를 따진 뒤 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은행의 초고위험 상품 판매행태에 어느 정도의 제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종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지난 19일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DLF판매와 과거 '키코사태'는 은행이 소비자에게 옵션매도를 권유해 손해를 끼친 것"이라며 "은행이 초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도록 둘 것인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물론 최소 투자단위가 1억 원이고 PB채널을 통해 사모형태로 이번 상품을 투자한 이들이 금융지식이 낮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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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위험 상품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채 판매에 나선 점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여타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을 두고선 두 은행의 상품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아도 되는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금융당국이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금융회사를 합동조사하기로 한 만큼 상품 판매의 적정성과 적합성을 제대로 따져보라는 주문도 나왔다. 도표=오현승 기자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상품판매 및 판매 지속 여부에 대해 은행 내 위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다른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선 은행 내 상품위원회에서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며 "(상품의 기초가 된) 주요국의 국채금리 하락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를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두 은행은 비이자이익을 높여야 한다는 목적으로 위험을 안고서도 판매촉진을 한 것"이라면서 "(최종 손실 확정 시) 은행으로서도 PB고객 이탈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23일부터 시작하는 금융회사 합동검사를 통해 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회현동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5개 자영업단체와 '포용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사 본연의 역할이 고객의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수익창출을 위해 고객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며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해가 없도록 살피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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