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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현실 적극 참여한 ‘걸어다니는 한국 문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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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 원로시인 별세…62년 등단

‘백두에 머리를 두고’ 등 시집 4권



한겨레

문단의 산 증인으로 불리던 강민(본명 강성철) 시인이 22일 오전 1시40분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6.

193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와 동국대를 중퇴한 강민 시인은 1962년 <자유문학>에 시 ‘노래’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김수영·신동문·고은 시인 등과 동인 ‘현실’을 결성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어느 하나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자신을 가리켜 시인은 “결국 내 생애는 전부 머뭇거리며 걷는 미로의 배회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 중퇴 뒤 <학원> <주부생활> 등의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근무한 시인은 인사동 골목을 드나들며 천상병·민병산·박이엽 등과 교유를 했다. ‘걸어다니는 한국 문단사’로 불릴 정도로 넓고 깊었던 교유의 흔적은 여러 편의 ‘인사동 아리랑’ 연작으로 남았다. 시인은 1974년 진보적 문인 단체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의 전신) 결성에 참여했으며 연전의 촛불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최근까지도 글과 행동으로 현실에 적극 개입해 왔다.

등단한 지 31년 만에 첫 시집 <물은 하나 되어 흐르네>를 낸 것을 비롯해 시력 57년 동안 시집을 단 네 권 냈을 뿐인 시인이 신작시 4편을 더해 지난 2월에 낸 시선집 <백두에 머리를 두고>(창비)는 그의 생전 마지막 시집이 되었다. 이 시집의 표제작에 해당하는 ‘꿈앓이’에서 시인은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염원을 이렇게 절절히 노래했다.

“백두에 머리를 두고/ 한라에 다리를 뻗고 눕는다/ 강산은 여전히 아름답고/ 바람은 싱그러운데/ 배꼽에 묻힌 지뢰와/ 허리를 옥죄는 유자철선(有刺鐵線)이 아프다/ 하초에서 흐르는 물 흐름이 운다”(‘꿈앓이’ 부분)

유족으로는 아들 일구(도예공방 토잼 대표)·민구(근로복지공단 근무)씨와 딸 시내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10시30분이다. (031)787-1501.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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