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한일 대화 촉구하지만 속내는 복잡하고 다면적
한미일 3각 공조, '포위망'으로 인식…'약화 기대' 관측도
중국 언론 신속 보도…中 누리꾼들 "한일, 싸울수록 좋다"
지난 21일 베이징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기자회견 |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한국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중국은 일단 양국 간 갈등을 관망하며 손익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그간 미국이 중심이 된 한·미·일 3각 공조가 북한의 도발 억제에 그치지 않고 자국을 억제하기 위한 틀로 기능한다고 인식해왔다는 점에서 내심 한·미·일 3각 공조 약화를 기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는 않았다.
관영 신화통신이 연합뉴스를 인용해 긴급 속보를 타전하는 등 중국 매체들도 앞다퉈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아직 자세한 논평이나 분석 없이 사실 위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지난달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서 촉발된 한일 갈등 와중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그간 표면적으로는 한일 양국이 갈등을 추가로 격화시키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라고 권고하는 중재자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중국은 최근 베이징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열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부각시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지역 내 안정을 위해 한·중·일 3국이 안정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왕 국무위원은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과 별도 양자 회담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현존하는 갈등을 잘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일 갈등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가 간단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우선 중국은 무역전쟁 상대방인 미국의 '일방주의'를 성토하면서 동북아와 동아시아의 역내 경제 통합을 가속화화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속화를 원하는 중국으로서는 한일 간에 원심력이 커지는 현상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자국을 둘러싼 '포위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심축인 한미일 3각 공조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소미아 폐기를 내심 반길 가능성이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핵심축으로 여겨온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은 거꾸로 중국이 지소미아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지 짐작케 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방일 중 "그런 종류의 정보 공유가 계속되도록 권장할 것이다. 이것(지소미아)은 우리에게 핵심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과 일본 다투는 것이 자국에 유리할 것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少年追*'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싸우면 싸울수록 좋다"는 글을, 누리꾼 'Doctor*'는 "조금 신나고 유쾌하다"는 글을 썼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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