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소득분배 사상 최악…'못 사는 사람만 더 못 사는' 국가가 되고 있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부, 저소득층 소득 높여 소득양극화 문제 줄이기 위해 온갖 노력…결과는 암울한 수준 / 경기불황 더 심각해지면서 소득분배 2분기 기준 최악의 지표 / 소득양극화 심화, 포용국가 실현 내건 文 정부 입장에선 가슴 아픈 대목 / 대형 악재 산적, 수출·투자 지표 내리막…소득불균형까지 악화해 우려하는 목소리 높아 / 경기 어려워지면 단순노동자 일자리부터 사라져…'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 지속 / 양극화 원인 정확하게 진단해 확실한 처방 내놓고 성난 민심 달래야

세계일보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심각해진 소득양극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경기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소득분배는 2분기 기준으로 집계 이후 최악의 지표를 기록했다. 소득양극화 심화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실현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뼈아픈 대목이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는 대형 악재들이 겹치면서 수출과 투자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들이 내리막인 상황에서 소득 불균형까지 이렇게 악화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일부 긍정적 신호도 있다. 전체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이 4년 사이 최대폭인 2.7%가 늘며 증가로 돌아섰고, 최하위 소득계층의 명목소득 감소도 1년 반 만에 멈췄다.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 역시 7분기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은 이렇게 됐고, 이제 양극화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 처방에 나서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 증대와 국내 경기 위축이 주요 원인인지, 최저임금 급등과 같은 정책 요인에 따른 부작용인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경기상황이 악화하면 저소득·비숙련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진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가 줄어 가난한 계층으로의 이전소득 재원 마련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세계일보

올해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진 등으로 저소득층 소득은 별반 늘지 않았지만, 고소득층 소득은 임금 상승 등에 힘입어 증가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2019년 2분기 가구원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전년 2분기(5.23배)보다 악화했다.

2분기 기준으로는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치다.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그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1분위와 5분위의 격차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은 1분위의 명목 소득은 그대로였던 반면, 5분위 소득은 작년 2분기보다 3.2%나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득분배 악화 배경에 대해 "1분위의 소득 감소세가 멈춘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나, 다른 분위처럼 뚜렷한 증가로까지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1분위 소득 감소세가 멈춰 선 것은 정부의 정책효과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지급한 아동수당과 실업급여 같은 사회수혜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효과가 근로소득의 감소(-15.3%)를 상쇄한 것이다.

세계일보

◆"고소득층 주머니만 두둑해졌다?!" 통계로 입증

실제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1분위의 공적 이전소득은 2분기에 33.5%나 늘었다.

특히 2분기 정부의 정책에 의한 소득 개선 효과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박 과장은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9.07배로 역대 2분기 기준 최고 수준인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5.30배이므로, 그 차이인 3.77배포인트가 정책 효과로 볼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의한 개선 효과인 3.77배는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각종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소득 격차가 최악을 기록하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여전히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분기에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가구 이전'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에 2(소득 하위 20∼40%)·3분위(소득 상위 40∼60%)에 속했던 가구가 경기 부진 등으로 소득이 줄면서 1분위로 떨어진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 6월5일 서울 시내의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가의 모습. 뉴시스


통계청은 2분기에 1분위 사업소득이 15.8%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과장은 "1분위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은 전반적인 자영 업황이 좋지 않아서 2·3분위 자영업자가 1분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양호한 근로자들이 2분위로 올라가며 1분위의 근로소득이 15.3%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세계일보

◆자영업 부진 심화…3분기 실적 기대? '글쎄'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별 근로자가구와 근로자 외 가구 분포를 보더라도 1분위의 근로자가구 비중은 작년 2분기 32.6%에서 올 2분기 29.8%로 크게 줄고, 자영업자가 속한 근로자 외 가구는 같은 기간 67.4%에서 70.2%로 크게 늘었다.

가구 이전 현상에는 경기 둔화에 따른 '자영업 부진'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체 가구를 보더라도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은 1.8% 줄어들며 작년 4분기(-3.4%)와 올 1분기(-1.4%)에 이어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사업소득이 3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역대 최장인 2014년 4분기부터 2015년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감소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사업소득의 감소가 1분위 소득 증가를 제약한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통계청은 3분기에도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근로소득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5분위 배율이 개선될 수 있을지는 현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가 너무 커서 고용동향에서도 볼 수 있듯 제조업을 중심으로 근로소득에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2분기에서 1분위 가구의 소득 개선이 나타났는데 3분기에 어느 정도까지 소득 증가 폭이 확대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확대된) EITC(근로장려세제) 지급이 9월부터 예정돼 있고, 추가경정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돼 일자리 사업이 확대되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소득주도성장특위 "정부 대책으로 소득양극화 완화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22일 올해 2분기 가계소득 동향 조사 결과에 대해 "2분기 가계소득이 3.8%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소득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위는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 자료를 통해 "일자리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시장소득 개선책과 기초연금 인상 등 재분배 정책으로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위에 따르면 분위별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형에서 올해 2∼4분위 소득이 늘어나며 중산층 성장형으로 변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는 소득상위계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증가율이 9.3%와 10.3%로 가장 높았으나,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3분위 가구가 각각 5.0%, 6.4%로 가장 높았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에 -8.0%, 2분기에 -7.6%였으나, 올해 1분기는 -2.5%, 2분기는 0.0%로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 현상이 진정됐다고 특위는 분석했다.

세계일보

특위는 "고령화와 자영업 경영부진 등으로 1분위 무직 가구와 자영업자 가구가 증가하는 등 시장소득 감소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을 중심으로 한 이전소득 증가로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보완됐다"고 설명했다.

특위는 5분위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을 1분위 가구원 1인이 누리는 소득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의 급격한 악화 추세도 올해 들어 진정됐다고 평가했다.

특위는 "올해 2분기 5분위 배율은 5.30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당시 5.23과 유사하다"면서 "일자리 확대, 임금 격차 해소, 기초연금 등 복지정책을 보강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늘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