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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목멱칼럼]고졸취업 성공시대 다시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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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청년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으나 중소기업이나 지방소재 사업체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며 외국인 근로자 도입 한도를 늘려 줄 것을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이데일리

10여 년 동안 여러 정부에 걸쳐 20번이 넘는 청년 일자리 대책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취업난은 악화됐다. 주요 원인중의 하나는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간다는 데 있다. 2019학년도 대학진학률은 76.2%다. 2013년 이후 최저수준이라고 하나 여전히 10명중에 8명이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택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는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소기업에서 혹은 비정규직으로 처음 일자리를 잡으면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으로 옮겨 가기가 어렵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입직을 결정하는 데 대학 졸업 여부 그리고 소위 ‘SKY 대학’ 출신인지가 중요하다. 이런 현실에서는 청년들이 대학, 그것도 좋은 대학을 가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선 취업·후 진학’, 박근혜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현’은 학벌보다는 능력에 의해 평가받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젊은이들이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기 보다는 일정 기간의 사회경험 이후 학업을 계속하거나 일과 학업을 병행하도록 유도하여 청년 실업의 근원적 원인을 제거하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고졸 취업은 참사 수준이다. 직업계고 취업률(해당연도 2월 졸업생, 4월 1일 기준)은 2017년 53.6%에서 2018년 44.9%, 2019년 34.8%로 급감하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입학생도 줄어들었다. 사정이 나은 서울의 특성화고 절반 이상이 올해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다. 많은 고교들이 교육 당국에 정원 축소를 요청하고 있다.

대통령은 실업계고의 특목고라 할 수 있는 마이스터교 졸업식에 직접 참석해 격려했다. 공기업과 대기업에 고졸자 채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고졸자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쪽으로 환경이 바뀌었다.

현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은 급등했다. 2017년 말 직업계 고교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의 요건과 사후관리를 강화했다. 취업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현장실습의 기회가 대폭 줄어들었다.

여기에 정부의 직업훈련 예산까지 줄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기업들도 훈련을 줄이고 있다. 기업들의 자체 재직자 훈련은 2년 연속 감소했다. 중소기업으로까지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고졸 취업자의 현장 실습기회는 더욱 줄어 들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직업계 고교의 현장실습을 ‘취업중심’으로 전환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폐지되어 직업계 고교 학생들과 기업체의 불만이었던 현장실습 수당이 올해 2학기부터는 부활된다. 박근혜 정부의 능력중심사회 구축 정책의 한 축이었고 OECD 선정 정부혁신 10대 사례에 포함된 일·학습병행제도 관련법(일명 ‘도제학교법’)이 지난 8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도제학교법의 통과로 도제기간이 끝난 학습근로자들이 평가에 합격하면 국가 자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졸 취업 성공시대를 다시 열기 위해서는 현장 실습 활성화가 필요하다. 일·학습병행제도에서 학습근로자 채용 시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을 일반 특성화고 현장실습에도 확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현장 실습생 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30인 미만 사업체에 지원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재원으로 현장실습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하버드대학의 프리드만 교수가 지적한대로 고용안정자금은 구조조정의 촉진제이기도 한 최저임금의 긍정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사업주에 대한 임금보조 논란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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