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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코스닥 외면한 연기금]"수익률이 중요한데 총알받이 왜 하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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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총 1조도 흔들…올해만 시총 22조 날려

마땅한 투자처 없는 데다 변동성도 커

연기금 코스닥시장 구원투수 나서기에는 무리

증권사 리서치 협업도 없어…상장사 3분의 1만 분석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최근 폭락장에서 연기금 역할론이 부상하자 당사자인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 급락을 떠받치는 것은 기금운용 투자 목적에 맞지 않는데다 시장 변동성이 너무 커 총알받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 코스닥 시총 1조도 ‘흔들’

2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조원 이상(보통주, 상장예정주식수 포함)인 26개사는 올해만 시가총액이 22조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15% 이상 올랐으나 6월에는 30% 이상 폭락했고 7월에는 8%, 8월에는 9% 이상 쪼그라들었다.

한 연기금 CIO는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수익성보다 안정성이 우선이다”며 “코스닥시장 구원투수로 나서기에는 시장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코스닥시장이 지난 6월(5월 31일 696.47→6월 28일 690.53)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음에도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들은 이 기간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시가총액별로 보면 1조원 이상 기업들은 올해 시가총액이 35.42% 빠졌고 5000억~1조원 기업들은 17.78% 하락했다. 1000억~5000억원 기업들은 연초 이후 시가총액 상승률이 0.15%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인 기업들은 올해 들어 24.34%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연기금 투자액을 고려했을 때 이를 소화할 수 없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112조원 가운데 0.01%만 투자해도 지분율이 10%가 넘어서는 코스닥 상장사는 60%(코스닥 상장사 1362개,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786개)에 달한다.

한 연기금 CIO는 “근본적으로 코스닥시장은 유동성이 문제”라며 “연기금이 투자에 나서더라도 유동성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금은 국가 정책자금이 아니다”며 “코스닥시장 구원투수를 왜 나서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공공의 기금을 가지고 생색내기는 70년대에나 있을 일이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들 창구 역할 제대로 못 해

한편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기관들의 창구 구실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사들이 커버하는 코스닥 기업들이 한정적인 데다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어서다.

한 연기금 CIO는 “증권사들이 커버하는 코스닥 종목이 너무 적다”며 “소위 셀(Sell)사이드라 불리는 증권사가 리서치 협업을 하지 않다 보니 기관들이 믿고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들어서 증권사들이 분석한 코스닥 상장사는 474개사로 전체 코스닥 상장사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특정 종목에 치우쳐 분석 보고서가 1개인 곳은 156개사에 달한다. 10개 이상의 분석보고서를 낸 종목은 78개사뿐이다.

업종별로 봐도 코스닥시장이 IT와 반도체 비중이 크나 미디어 업종 리포트가 402개로 가장 많다. 종목별로 보고서 수 상위 10개 가운데 절반이 미디어 관련 종목(스튜디오드래곤 79개, CJ ENM 61개, 제이콘텐트리 57개, 에스엠 40개, JYP Ent. 34개 등)이다.

한 연기금 CIO는 “법인 브로커리지 수익이 좋지 않아 증권사들이 중간자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코스닥 기업 분석 보고서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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