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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코스닥 외면한 연기금]"바이오株 편중에 투자 망설여"…질적 개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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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활성화 정책, 연기금 등 기관 유입 효과 없어

연기금 "신뢰도 낮은 바이오株 위주 코스닥에 투자 어렵다"

금융정책 아닌 산업정책 필요하단 조언도

"산업규제 완화로 성장성 높은 기업 많이 나와야 코스닥도 산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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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8월 증시 폭락장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코스닥 종목들을 잇따라 팔아치우며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했지만 정작 연기금은 이와 반대되는 주식운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코스닥 활성화 대책이 연기금 참여에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바이오 기업 편중이 해소되지 않는 등 시장의 질 자체가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코스닥 시장에 성장성이 좋고 튼튼한 기업들이 많아져야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연기금도 믿고 오래 돈을 맡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매도로 답한 연기금…폭락장 ‘관망’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연기금은 국내 증시가 폭락장을 보인 8월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5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2조696억원 순매수하면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과는 반대다. 8월 초 코스닥은 신라젠(215600)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백’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전격 중단하기로 밝히는 등 바이오주를 둘러싼 악재로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5일엔 7% 넘게 폭락하면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을 꾸준히 매도해 ‘비오는 데 우산 뺏었다’는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정부가 펼쳐 온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큰 효과가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해 1월 정부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통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코스닥 시장에 보다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금에 코스닥 차익거래시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기로 하고,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이 혼합된 ‘KRX300’ 지수 등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은 코스닥 시장에 더 투자하기는 커녕 하락장에 매도로 답하며 지수 하락을 방기한 것이다.

실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기관 자금 유입에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는 평가다. 주요 연기금 중 KRX300 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도입한 곳은 우정사업본부와 공무원연금공단 두 곳 뿐이다. 지난 2월부터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차익거래를 할 경우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는 제도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한 연기금은 한 군데도 없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차익거래는 우정사업본부 한 곳만 하고 있다”며 “코스닥은 파생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서 차익거래 기회가 많지 않은 데다, 그 적은 기회마저 이미 우정사업본부가 차지하고 있어 더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미미하다고 연기금들이 판단한 듯 하다”고 말했다.

◇ “산업 규제 완화로 성장성 있는 새 기업 나와야 코스닥도 산다”

연기금 측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코스닥 시장은 비교적 변동성이 크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몇몇 바이오주에 편중돼 있어 장기적·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는 연기금의 운용 특성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바이오주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덩치는 턱없이 작아 큰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쉽사리 뛰어들기 어렵다고도 얘기한다.

한 연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코스닥 시장을 보면 바이오와 IT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정도 된다”며 “1~2년 사이에 해당 섹터에 포함된 기업들의 도덕성이라든지 실력이라든지 시장에 실망을 준 일이 많아 연기금으로선 의미있는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기금을 코스닥 시장에 끌어오려면 코스닥 시장 질 자체가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주는 기업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금융시장 정책이 아니라 산업규제 완화 등 산업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더 많은 성장기업이 출현할 수 있어야 이들을 담아내는 코스닥 시장도 함께 질적 변화를 이루고, 이 변화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코스닥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통해 금융시장 정책으로 나올 만 한 건 거의 다 나왔고 사실상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여기서 더 추가로 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며 “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성 있는 새로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코스닥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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