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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산도랏을 넣고 고아낸 민어곰탕은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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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라도 섬맛기행
강제윤 지음/21세기북스·1만6800원

생 민어를 잡아 1주일 말린다. 물에 2시간 담가 불린 뒤, 쌀뜨물에 무, 마늘, 산도라지와 함께 끓인다. 사골처럼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1시간 이상 푹 곤다. 다 끓인 뒤 참깨와 참기름만 넣으면 별다른 양념 없이도 진국인 ‘산도랏(산도라지)민어곰탕’이 완성된다. 맛이 상상되는가? 여름 생선인 민어를 말렸다가 겨울에 끓여 먹는 민어탕은 전남 임자도에서 최고의 보양식이다.

전라도 섬 곳곳에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토속음식들이 책으로 묶였다. 20여년간 다양한 섬들을 탐방하며 책을 써온 저자가 이번엔 섬의 밥상에 주목했다. 칠게를 소금에 절인 뒤 갈아 만든 장산도의 기젓국, 포를 뜬 쏨뱅이 살을 숙성시킨 뒤 양념한 연홍도의 쏨뱅이 무침 등 육지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다양한 음식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소개된 레시피의 대부분은 그 순서가 다섯 가지를 넘지 않을 정도로 간단해 보인다. 그만큼 섬 밥상에는 자주 오르지만, 귀중한 재료와 섬 사람들의 손맛이 없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요리다.

“섬 음식이 소중한 자산이란 사회적 인식도 없고 지원이나 관리도 없다. (…) 섬에 남은 노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토속음식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했다.” 저자는 대대로 전해내려온 토속음식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전통 음식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일평생 섬에서만 살아온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 100여년 전 영국 함대가 점령한 바람에 조선땅에서 당구와 탁구를 처음 받아들인 거문도의 역사 등 섬에 얽힌 사연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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