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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자수첩]배틀그라운드와 닮은 조국 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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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규칙은 간단하다. 모든 참가자는 비행기를 타고 무작위로 떨어진 곳에서 맨몸으로 시작한다. 운이 좋으면 착륙하자마자 좋은 무기를 주울 수 있다. 이후엔 얼마나 잘 숨고 열심히 돌아다니며 파밍(아이템 줍는 행위)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어찌 보면 배틀그라운드는 우리의 현실과 꽤 닮았다. 부모 배경을 보고 태어날 가정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누군가는 게임을 쉽게 이길 수 있는 편법인 핵(불법 게임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것도 유사하다.

의학논문 대입 활용 논란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고 재학 당시 친구 아버지인 단국대 의대 교수가 개인적으로 진행한 2주짜리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논문을 주도적으로 작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덕에 어렵지 않게 대학에 입학했다. 이후에도 치트키와 같은 부모님의 지지 아래 각종 인턴십을 섭렵하며 입시 전쟁의 승자가 됐다. 조 후보자는 “법적 하자가 없다”며 핵을 쓰지 않았다고 하지만 청년들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물론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불법은 아니다. 입시시스템에 대한 정보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딸의 대입에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조 후보자는, 그의 딸이라 당연했던 기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법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가진 자가 유리한 조건에 서도록 한다. 법학을 제대로 하려면 법전을 넘어 현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며 가진 자에게 유리하게 짜인 법 너머에서 소외당한 자들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성실히, 열심히 사는 것과는 다른`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핵에 지친 이용자들이 하나둘 게임을 떠나기 시작한 것. 고인 물만 남았다는 한탄도 들린다. 비단 게임뿐일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이 경쟁과정에서마저 치트키를 쓴다면 그러고도 법을 어긴 건 아니라고 항변한다면 우리 사회도 고인 물로만 가득 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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