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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지소미아 종료에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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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韓日 갈등 장기화 시 생산·수출 차질 우려”

美中 무역전쟁·MSCI 변경 등 겹쳐 1900선 위협 전망

세계파이낸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안재성 기자]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선언 이후 국내 증권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품목 규제가 강화될 경우 국내기업들의 실적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악재들이 일시에 시장에 반영될 경우 1900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9월에는 외국인이 돌아와 코스피에 훈풍이 불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함께 존재한다.

◇ 미중 무역분쟁·글로벌 경기침체 속 추가 악재 발생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국과 일본 갈등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실행되면서 일본은 본격적인 수출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의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등이다. 이 업종들은 핵심 소재와 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는 대일 수입비중이 82.8%, 산업용 로봇은 58.6%, 반도체 웨이퍼는 34.6%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한일 갈등으로 인한 일본 수출규제는 관세 인상 등 가격규제보다도 더 큰 영향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악영향이 일부 업종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비메모리 반도체, 친환경 자동차 등의 발전도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불확실성 탓에 기업의 경영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발생, 기업 투자를 둔화시킬 위험도 제기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조정한 뒤 “한일 갈등의 영향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일 갈등 장기화 시 경제성장률이 1%대로 곤두박질칠 위험이 높게 점쳐진다.

일본계 자금 유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일단 그 영향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증시에서 일본계 자금은 12조~13조원 정도”라며 “비중이 별로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일본계 자금은 550억원 수준에 그쳤다. 7월 국내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4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계 자금 유출이 최근의 외국인투자자 이탈과 결합할 경우 대형악재가 될 수 있다. 8월 들어 23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2조1232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떠나는 주된 이유로는 대외 악재와 함께 이번달말로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지수 변경이 꼽힌다.

MSCI는 이번 신흥국지수 정기 변경에서 중국 본토주 반영 비율을 10%에서 15%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주식의 편입 비중은 50%에서 100%로 늘어난다.

그 탓에 한국 주식의 편입 비중은 0.3%포인트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SCI 지수는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추종하는 지수”라면서 “이번 정기 변경으로 국내 증시에서 1조5000억~2조원 가량의 해외자금이 이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수령은 다음주...1900선 위협받을까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4% 내린 1948.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월초 이후 코스피는 계속 1950대 초중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8월 들어 개인투자자가 총 1조6877억원 순매수했다. 사실상의 외국인의 매도세를 개인의 매수세로 방어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위험요소다. 이번주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은 3조원대 후반에 불과해 올해 평균(5조원)을 24% 정도 밑돌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외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에 이어 개인까지 매도세에 가세하면 이번달초처럼 1900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7일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무너졌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악재로 인해 국내 기업에 디스카운트 요인이 생겼다”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평가 상태라고 해서 서둘러 매수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85~2016 수준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코스피지수가 이 지수대를 돌파하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될 수 있지만 돌파에 실패하면 다시 19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다음주 증시를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연설이 예정돼 있으며 28일에는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실행된다.

이진우·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8일과 29일에 국내외 정치변수의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월말 증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다음주 심리적 마지노선인 코스피 1900선 하방지지를 시험하는 주가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비롯해 경기 둔화 징후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침체 염려로 증시의 변동성도 함께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과거 MSCI의 지수 변경 이후 단기적으로 해당 지수에 포함된 종목에 매수세가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다음달에는 외국인이 돌아와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탈 거란 전망도 존재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말 기준 글로벌 이머징 펀드들의 한국 비중은 7.9%로 역사적 저점인 6.9%에 비해 겨우 1%포인트 높다”며 “한국 비중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약 8조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되는 추세”라면서 "이번 MSCI 정기 변경은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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