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정경두 "日무성의로 불가피"…에스퍼 "한·미·일 안보협력 유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ㆍ미 국방장관 지소미아 놓고 오전 통화

정경두 장관 "日 무성의로 불가피하게 결정"

에스퍼,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 유지해야"

중앙일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에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3일 오전 9시쯤 국방부 청사로 들어왔다. 그는 22일부터 늦은 여름 휴가 중이다. 정 장관은 “일이 많아 출근했다”며 급하게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한ㆍ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정 장관은 전날 지소미아 종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참석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6시 30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정 장관은 에스퍼 장관에게 “한국이 여러 노력을 했지만, 일본이 무성의하게 나왔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에 대해 에스퍼 장관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에스퍼 장관은 또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을 유지하고, 지속해서 협의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NSC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최종 결정되기 전에 분위기 부분에 대해 (미국과) 얘길 나눴지만, 최종 결정 사안에 대해선 따로 한 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11월 22일까지 약정이 유효하니 (필요에 따라) 북한 핵ㆍ미사일 관련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 신뢰관계를 해치고 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이 지소미아 종료 이전 한국의 정보공유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아주 적다.

중앙일보

한미일 정보공유약정(티사·TISA) 개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이 앞으로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3국 간 안보협력이 와해하거나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완전히 끊기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12월 29일 한ㆍ미ㆍ일이 체결한 정보공유협정(TISA)을 거론했다.

정보공유협정은 2012년 6월 29일 ‘밀실 추진’ 논란으로 지소미아가 무산되고,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지소미아의 대안으로 맺어졌다. 일본과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미국을 통하는 방식이다.

정보당국자는 “정보공유협정은 시간이 걸리며 신뢰성 문제도 있다”며 “지소미아엔 상대방에게 얻은 정보를 유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을 지우는데, 정보공유협정은 정보보호에 대한 장치가 지소미아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보공유협정이나 지소미아를 체결하기 전 한ㆍ일 군 당국은 비공식적으로 정보를 교환했다. 그러나 2014년 12월 10일 일본에서 정부의 비밀 보호를 강화한 특정비밀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비공식 채널도 어려워졌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한ㆍ미ㆍ일 3국의 군사 훈련도 열기가 힘들어졌다. 3국은 미사일 경보 훈련과 대잠수함 훈련을 공동으로 열고 있다. 이들 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방어하는 훈련이다.

한ㆍ미ㆍ일은 2016년 6월 미사일 경보 훈련을 처음 열었지만, 미국을 거쳐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지소미아 체결 후 2017년 4차례 열린 미사일 경보 훈련에선 이런 문제점이 해결됐다는 평가다. 당시 미국 태평양사령관이었던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3국의 협력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북한을 억제하는 강력한 힘”이라며 만족했다고 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대화 국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의 파급 효과를 느끼긴 힘들 것”이라면서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혔던 ‘새로운 길’로 접어들 경우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